주목받는 2권의 시집
수정 2000-05-04 00:00
입력 2000-05-04 00:00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비가 내리다개이고/개이다 눈이 내리고/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가을 겨울이 되면서/만남과 이별이세월이 되고/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지난 온 주막들 아련히/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아,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표제작 ‘고요한 귀향’ 전문).
◆김진경 '슬픔의 힘' = 한편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후 교육민주화 운동에 헌신해온중견시인 김진경은 ‘슬픈의 힘’(문학동네)을 냈다.시인은 첫 시집 이래 자아와 세계의 전면적인 대결이라는 긴장된 구도를 놓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에 어려있는 풍요로운 것들을 불러모은다는 평을 받았다.평론가 김상욱은 시집에 붙인 해설에서 “부재하는 삶의 진정성,그로부터 야기되는 슬픔,슬픔을 바탕으로 쏘아올리는 그리움의 몸짓,그것이 마침내 닿아 불현듯이 짧게 드러나는,결코 놓칠 수 없는 삶의 편린들,진정성 그 자체는 아닐지라도 진정성을 흘낏 엿볼 수 있게 하는 매개들이 내재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나는 숲가에 발을 멈춘다./숲은 나를 거부하며 말하고 있다,/이제 전환이필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불꽃은 세상의 끝에 닿아 더이상 태울 게 없을 때까지/멈추지 않는다는 것을,/그리하여 너무 늦기 전에는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내 슬픔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나는 말한다/…(‘슬픔의 힘’ 부분)
2000-05-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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