證市 대폭락/ 투자자 표정
수정 2000-04-18 00:00
입력 2000-04-18 00:00
사상 처음으로 증권거래에 서킷브레이커(매매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될 정도로 대폭락 사태가 빚어진 이날 증권사 객장은 투자자들의 장탄식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대폭락으로 전 세계 증시에 ‘블랙 먼데이’가 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탓인지 과거처럼 집단으로 증시 안정화대책등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저동 G증권 객장에서는 개장 4분 만에 주가가 90포인트나 폭락하자 “이럴 수가…”“반에 반토막 났다”는 등 탄식이 쏟아졌다.
하한가로 곤두박질하는 주식 시세판을 보며 한숨만 쏟아내던 50대 투자자는“미국 증시 폭락이 이처럼 엄청날 줄 몰랐다”면서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증시를 떠나고 싶다”며 맥없이 객장을 빠져나갔다.
서울 여의도 H증권을 찾은 이모씨(54·여)는 “불안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해서 아침 일찍 나왔다”면서 “조금이라도 반등하면 가진 주식을 모두 던지려고 하는데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명동 H증권 객장 한편에 마련된 흡연실은 투자자들이 내뿜는 담배연기로 금방 뿌옇게 변했다.이들은 줄담배를 피워대며 “이 기회에 손털고 나가자” “손해보고 팔 수는 없지 않느냐”는 등 절망섞인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D증권 차장 윤모씨는 “기관이나 외국인,개인투자자 가릴 것 없이 앞다투어던지고 있다”면서 “오늘은 초상집과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도 직장 내 컴퓨터를 통해 주가 변동상황을 체크하며 허탈해했다.
박모씨(35·D건설 과장)는 “온통 주식 폭락 얘기뿐”이라면서 “빚을 내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깡통’을 차게 될 것같다”고 우려했다.김모씨(43·J무역 부장)는 “일부 직원들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식사도 거른 채 객장으로 몰려갔다”고 말했다.
□주가폭락의 여파는 대학가에도 미쳤다.학교 전산실은 인터넷으로주가를보거나 팔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서울 Y대 경제학과 3학년 김모씨(22)는 “기술력이 제법 좋다고 알려졌던벤처기업들이 투매현상으로 모두 하한가로 떨어졌다”면서 “개장과 동시에하한가로 던졌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벤처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테헤란로에서 벤처회사를 경영하는 김모씨(40)는 “지분을 매각해 신규 투자자금을 조성하려 했으나 주가 폭락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걱정했다.
인터넷 증권사이트에도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잇따랐다.증권 전문사이트인 P네트 홈페이지에는 “증권이 무섭다”,H증권 홈페이지에는 “바닥이 안 보인다”라고 걱정하는 글이 올랐다.
조현석 이창구 박록삼기자 hyun68@
2000-04-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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