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관리 이래서야
수정 2000-04-14 00:00
입력 2000-04-14 00:00
동해시에서는 12일 산불이 시내까지 번져 10만여명의 주민이 공포에 떨며한밤중에 대피하느라 아수라장이 벌어졌고,강릉시에서는 시청과 검찰청사 등의 중요서류와 컴퓨터를 화마(火魔)에서 보호하기 위해 긴급대피시키는 소동이 일어났다.삼척 지역 산불은 경북까지 번져 울진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비상이 걸렸고 군부대의 탄약고와 유류저장고가 폭발 직전의 위기에 몰리기도했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당국의 산불 대처가 너무 안이했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졸지에생활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는 이재민들에겐 사후약방문으로 들릴 것이다.인명·재산 피해가 극심한 재난을 당했을 때 중앙정부가 종합적인 수습대책을 마련하고 일체의 현장업무를 관장하면서 구호작업과 복구·보상에 소요되는 경비 또한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이전에 산불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미흡했기 때문이다.최근의 구제역 파동도 그렇고 광역재해에 대한 당국의 구멍뚫린 대처는국민을 실망시키고 국가 위기관리 능력을 크게 의심케 한다.
물론 이번 산불은 두달째 계속되고 있는 건조한 날씨와 소방헬기가 출동할수 없을 만큼 강한 바람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자연재해의 성격이 강하다.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좀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산불 진화에 나서고중앙정부가 일찍 개입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지방자치가실시된 이후 민선(民選) 자치단체장들의 산불에 대한경각심이 줄어들고 각자치단체의 협조체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이다.방화 가능성 등 산불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엄중히 처벌하는 한편 이재민 구호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고 산불방지 체제의 일원화와 예산확대를 통한 장비·인력 강화도 시급하다.건조주의보가 해제될 때까지 위험지역의 전면적인 입산금지 조치도 검토해 볼 만하다.아울러 국가 위기관리 체계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차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국민의 생명과 재산을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임무이다.
2000-04-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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