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탐험] 검찰 지청장(5)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0-03-04 00:00
입력 2000-03-04 00:00
‘기수로 시작해서 기수로 끝난다’ 검찰조직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한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엄격한 위계질서가 생명이기 때문에 기수문화에 익숙해져 있다.이런 현상은 동기생중 한 명이 검찰총수가 되면 나머지 동기생들이 용퇴해 신임 총장의 지휘권을 강화해주고 후배들에게 승진 기회를 열어준다는 의미에서 검찰조직의‘미덕’(美德)으로 여겨져왔다.지난해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이 임명되자사시 8회 동기인 당시 최경원(崔慶元) 법무차관과 안강민(安剛民) 대검 형사부장 등 동기 7명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지청장 인사에도 기수원칙은 철저히 적용된다.동기들중에는 직위에 따라 승진대상자 서열이 매겨지기도 한다.차치(次置) 지청장중에 서울지검 동부 김성호(金成浩),남부 박태종(朴泰淙),북부 윤종남(尹鍾南),서부 서영제(徐永濟),의정부 김진관(金鎭寬) 지청장과 부천 서진규(徐鎭圭),부산 동부 안재영 (安在瑛) 지청장이 모두 사시 16회다.하지만 이들 중에도 서울지검 동-남-북-서부 지청장 순으로 검사장 승진 서열이 정해져 있어 오는 7월에 있을 검사장 인사에는 김성호 지청장이 가장 유리하다.

사시 17회 이면서도 차치 지청인 성남지청장으로 재직중인 이기배(李棋培)지청장이 동기중에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검찰의 기수문화를알면 쉽게 이해된다.

전국 12개 부치(部置) 지청중에는 부장과 검사 수가 많은 지청에 선배들이배치되어 있다.부장이 2명인 순천과 군산지청,검사가 6∼7명인 김천과 진주지청 등에 강충식(姜忠植),정진호(鄭振昊) 지청장 등 사시 19회가 재직중이다.같은 부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나머지 8개 지청에는 사시 20회들이 포진해 있다.

비부치 지청장은 지청에 따라 동기들의 우열이 가려지지 않지만 여주(驪州)지청장 만큼은 법무부 검찰국 출신의 기수 선두주자가 부임한다.

이처럼 지청장 인사는 기수와 지역 연고,특기에 따라 이뤄지지만 차치 지청장급에 이르러서는 사정이 달라진다.대검의 A검사는 “차지 지청장은 검사의‘별’인 검사장을 예약해 놓는 자리이기 때문에 출신지와 정치력에 따라 인사가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이처럼검찰인사에 철칙으로 작용하는 기수문화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검사장을 역임한 B변호사는 “검찰의 기수문화는 일본식 관례를 그대로 정착시킨 것에 불과하다”면서 “기수문화만을 고집하면 경직되고 융통성없는인사로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수 없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종락기자 jrlee@
2000-03-04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