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식과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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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2-03 00:00
입력 2000-02-03 00:00
이미 오래전에 논란이 됐던 이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왔다.김유배(金有培)청와대 복지노동수석이 지난 1일 한 정책토론회에서 소득분배구조 개선의 소요자금 마련수단으로 ‘주식양도차익과세’를 언급한 것이다.주식시세의 널뛰기장세로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아 고심하던 재정경제부로서는 펄쩍 뛸 일이었으므로 “주식차익과세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부인했다.김 수석도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당장 추진될 현안이 아니라 향후 여러 논의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할 과제”라고 해명한 것으로보도됐다.이로써 일단 주식차익과세 돌출발언의 일차적 충격은 가신 듯하나증권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언젠가는 과세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쉽게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주식과세는 증시를 강타하는 메가톤급 악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주식과세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먼저 우리의 주식과세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현행 세법은 기업의 주식지분을 3% 이상갖고 있거나,시가총액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는주식양도시 차익에 대한 과세를 하도록 돼있다.고소득 중과(重課)의 조세원칙에 따른 것이다.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았거나 코스닥 등록이 안된 주식의 양도에도 과세를 한다.기업경영을 잘해서 주식이 상장 또는 등록요건을갖추게 함으로써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이다.또 법인의 경우는 상장,비상장 등을 가리지 않고 모든 주식거래 차익에 과세한다.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주식양도소득 과세제도는 이미 시행중인 것이다.다만 그 대상이 좁다는것뿐이다.
일각에서는 분배정의나 과세형평을 위해서 모든 개인의 주식차익은 많고 적음을 가리지 말고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그러나 이는 경제현실을 깊이 살피지 않은 표피적이고 원론수준의 견해라 할 것이다.조세정책은물론 ‘형평성’이 중요하지만 ‘조세의 경기조절기능’이 보다 강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특히 우리경제는 지금 증시를 중심으로 한 자본시장육성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경제회생에 역동성을 불어 넣어야 할 시점에 있다.기업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원활히 해서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투자자금도 충분히 마련해야 경제가 살고 항구적인 안정성장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분배정의만을 내세워 모든 개인에 대해 주식과세를 할 경우 우리경제의 실(失)이득(得)보다 훨씬 클 것임은 두말의 여지가 없다.
분배정의 실현도 현실경제에 도움이 되고 국민의 공감을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예를 들어 헐값으로 건네진 비상장주식을 일정기간후 상장시켜 큰 폭으로 오르게 하는 편법의 재벌 상속·증여행위나 갖가지 음성·불로소득을 철저히 가려내 중과세하는 것이다.주식차익과세도 현행 세법에 의한 과세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다.변호사 등 과세표준의 현실화가 제대로 안된 고소득계층에대한 조세행정도 강화해서 조세의 응능부담(應能負擔)원칙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재경부의 즉각적인 해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주식차익과세 발언은 신중치못했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증시가 기력을 잃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대우채권 환매,무역수지적자 등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민감한 사안에 대해 부처간 충분한 사전협의가없었던 점도 지적사항이다.
우홍제 논설주간 hjw@
2000-02-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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