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탐험] 우체국 집배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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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1-25 00:00
입력 2000-01-25 00:00
우체국 집배원은 발로 뛰는 공직의 대명사다.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공무원이기도 하다. 커다란 가죽가방을 둘러메고 걸어서 일일이 소식을 전하는 모습은 언제나 정겨운 이미지로 다가온다.도보나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교통수단이 달라졌을뿐 정보화시대를 맞은 오늘도 우편물을 직접 배달해야 한다.영원히 발로 뛰는 최일선 공무원인 집배원들의 애환을 살펴본다.

현대인들이 편지를 쓰는 일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적어짐에 따라 우편물이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우편물은 매년 늘어만 간다.고지서·홍보물 등 기업우편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79년 10억1,900만통,89년 21억2,300만통에 불과하던 연간 우편물은 98년 36억900만통으로늘어났다.서신류는 전체 우편물의 30% 정도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전국 2,026개 우체국에는 8,524명의 집배원이 있다.전원이 기능직 공무원이어서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없이 퇴직할 때까지 오로지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을 맡는다.대부분의 집배원은 자신의 직업을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천직으로 여기기 때문에 전직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25년동안 집배원을 한 충북 제천시 금성면 금성우체국 배봉철씨(裵奉喆·52)는 “집배원을 해서 자식 둘을 고등학교까지 마치게 했다”면서 “중학교만나와서 이만한 직업을 갖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배원의 하루 일과는 매우 빠듯하다.직원수는 늘어나지 않은 채 우편물이폭주하다보니 공식 근무시간을 잊은지 오래다.보통 출근시간 전인 오전 8씨쯤 나와 밤새 도착한 우편물을 분류한다.분류는 밤샘근무하는 우편원이 대략해놓지만 우편물을 구역별로 재분류하는 것은 집배원의 몫이다.

오전 10시쯤부터 담당지역을 돌며 우편물을 배달하는데,1인당 배당받은 물량이 1,000여통에 달하는데다 등기나 소포는 수취인에게 직접 건네야 하기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배달을 끝내고 우체국에 돌아와 잔무를 처리하다보면 퇴근은 오후 8시를 넘기기 일쑤다.특히 우편물이 몰리는 중순이나 월말에는 퇴근시간 개념이 아예 없어진다.

도시지역 집배원은 우편물을 배달하는 일만 하지만 농어촌지역 집배원은 다양한 역할을 한다.우체통이 적기 때문에 우편물을 주민들로부터 직접 접수할뿐 아니라 민원서류를 건네받아 면사무소에 전달하기도 한다.이로 인해 주민들의 웬만한 집안사정은 꿰뚫고 있다.근무지 이동이 별로 없는데다 바닥이좁아 주민 이름만 대면 집안 내력이 술술 나온다.오지에서는 간단한 생필품과 약 등을 심부름하고 주민들간에 연락을 취해주기도 한다.이렇듯 주민들의‘발’ 노릇을 톡톡이 하기에 주민과의 거리는 더없이 가깝다.

김학준기자 hjkim@
2000-01-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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