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컨설턴트 노중호씨 ‘21세기의 정보화‘
수정 2000-01-24 00:00
입력 2000-01-24 00:00
그는 자신의 경험을 종합,“지적연대(知的年代)로 한국은 일본에 100년 뒤져 있고 일본은 미국에 7년 뒤졌다.그런데 한일간 지적연대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단언한다.시간,정보,아이디어에 관해 화폐적 가치개념이 희박한게 농경사회와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컨설팅을 하면서 느낀 한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나 기업이나‘솔저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사장주재 회의실에 가보면 서열대로 이사들이 앉아 있고 여기서 지명된 이사들이 소관업무만을 보고서에 쓰인대로 읽고 있다고 한다.그는 이런 관료성 때문에 패거리짓기,줄서기가 성행하고 비밀주의,배후의 음모 등이 판을 치게 된다고 분석한다.사장 이사라면 비서를 시켜 팩스를 보내고 전화를 받는 게 당연하며,직원들이 상사의 방 밖에서 결재판을 들고 기다리는 그런 ‘관료문화’로는 지시이행형 직원만이 남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런 한국적 문화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이 핵심인 정보화는 요원하다고 진단한다.그렇다고 기반을 조성하는 시설투자의 의미를 낮춰보는 건 아니다.다만 컴퓨터 자체는 기계이고 그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게 정보화하라는 간단한 사실을 한국의 경영자들이 모른다고 꼬집는다.
미국에서 정보화권한만 있는 정보 최고책임자(CIO)를 이미 폐기처분하고 기획 인사 제도개선권을 함께 관장하는 이노베이션 최고책임자로 개념을 바꾼지도 모르고 정부기관이나 기업 가릴 것없이종전의 개념에 따른 CIO도입에나서는 현실을 개탄한다.
책은 모두 4장으로 이뤄졌다.1장 ‘지적 시각장애자들의 경쟁’에서는 조직의 부품이 된 직장인과 패거리짓기에서 빚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기업실상을알린다.2장 ‘바보들의 행진’은 수많은 실패사례를 보여준다.대표적으로 한 기업은 20억원을 들여 업무프로그램을 개발했으나 기업환경이 바뀌는 바람에 5년뒤에는 최초 투자비의 2.5배나 돈이 들어갔다.그러나 회사의 경쟁력은단 1%도 향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3장 ‘신지식연대와 지적 세계여행’은 저자가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하며 4장 ‘바보들의 행진을 멈출 수 있다’와 5장 ‘21세기 정보화 구상모델’에서는 정보화 발상점과 전략 등을 제시한다.
요즘 나온 컴퓨터,인터넷 관련 서적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의 영웅담이나 지루한 전문지식의 나열 등에 그치고 있으나,이 책은 이와 달리 현장감과 생동감이 넘친다.값 1만8,000원.
박재범기자 jaebum@
2000-01-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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