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전망21세기 미술] (13)’부재의 미학’이 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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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1-27 00:00
입력 1999-11-27 00:00
새로운 세기를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모두들 기대에 들떠 있다.이러한 모습의 저변에는 아마도 20세기의 어두운 사건과 참혹했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가 깔려 있을 것이다.

20세기는 일견 눈부신 경제적 발전과 삶의 풍요로움,평안함의 극치를 이루는 각종 도구들로 인해 마치 우리가 영화나 공상소설에서 보고 읽던 파라다이스가 지구상에 도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20세기가 이렇듯 행복하고 안온한 삶만으로 이어져 온 것은아니다.20세기는 분쟁과 전쟁,테러 등으로 인해 우리 주변의 많은 삶들을 잃어야 했던 시기였다.

우리 민족도 예외는 아니다.일제의 압제는 참혹하고 비참한 삶을 강요했고,일군의 한국인은 유민이 되어 아직도 러시아와 중앙 아시아지역을 맴돌고 있다.또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기록되는 6.25전쟁은 우리에게 뼈아픈 기억과 회한을 남겨주었고,아직도 우리는 분단의 현실을 감내해야만 한다.내년이 새로운 세기로 향하는 원년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6.25전쟁 발발 50주년이라는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무게를 지닌 해 이기도 하다.

20세기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련의 갈등과 참화의 현장은 세계도처에 존재한다.체첸과 러시아간의 분쟁과 코소보 사태,세르비아의 분쟁,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 헤이드,캄보디아 내전과 킬링필드,1,2차 세계대전,베트남전쟁, 유대인에 대한 학살 등 기억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많은 분쟁과 죽음의제단이 인간의 손에 의해 쌓아 올려졌다.

이러한 분쟁과 죽음,반목과 살육이 새로운 시대에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평화로운 삶의 환경으로서 지구촌을 위한 전시가 마련된다.2000년, 2차 세계대전의 발원지이자 최대의 희생국이기도 한 독일을 출발하여 이스라엘과 한국,일본,그리고 미국을 2003년까지 순회할 이 전시는 바로 ‘부재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마련된다.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으로 인해 처절하게 피폐해 버린 인간의 심성을 담아낼 이 전시는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참혹한 전장의 현장,살육의 현장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전시의 키워드는 ‘부재의 미학’이라는 용어에 숨어 있다. 전쟁의잔혹함을 직접적으로 고발하고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학살로 이 땅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의 ‘비어있음’‘사라짐’이라는 은유를 통해,‘없음’을 통해 그 흔적을 마음속 깊이 추적해 봄으로서 직접적인 묘사와는 또 다른 무게로 보는 이의 폐부를 찌를 것이다.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가 버린 존엄한 사람들의 흔적들을 통해 우리는 전쟁과 살육의 야욕 앞에서 드러나는인간의 야수성과 잔혹성을 확인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미술의 또다른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지만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앞날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 보고 있다는 점을 새 천년을 한 달여 남겨 놓은지금에라도 되새겨 보아야 하지않을까.

[정준모 큐레이터·미술평론가]
1999-11-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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