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경찰비리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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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1-10 00:00
입력 1999-11-10 00:00
인천 호프집 참사사건 직전인 지난달 경찰관들과 관련된 두 가지 여론조사가 실시돼 우리 경찰의 위상을 짐작케한다.하나는 국회의원이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실태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단체들이 교사·직장인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청렴도조사’였다.
‘실태조사’결과 경찰관 10명 중 7명이 뇌물이나 청탁 유혹을 받고 고민한경험이 있으며, 유혹을 느낀 이유로는 49%가‘봉급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어서’였다.10명 중 4명은 받은 액수가 10만원 이상이었고 100만원 이상도 2명이나 됐다.또 응답자의 85%가‘업무에 비해 보수가 불공정하다’는 견해를보였다.
경찰관‘청렴도조사’에서는 개선이 잘 된 부문은 파출소(47%),교통(24%)순이나 유흥업소를 단속하는 방범지도계는 4%로 개선의 기미가 거의 보이지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두 가지 여론조사 결과는 참사사건 전 상황이나 경찰관들이 박봉에 시달리고 있으며 민원감독 부서의 부패가 심각한 우리 현실을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인천 호프집 참사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관이 금품을 받고 감독을 소홀히한 사실이 밝혀지자 위기의식을 느낀 경찰청이 지방경찰청장회의를 소집해‘비리추방을 위한 13개 실천방안’을 결의,유흥업소 밀집지역에 일정기간 근무한 단속경찰관을 전원 교체하고 비호사례가 드러날 경우 문책키로 했다고한다.이에 따라 경찰관 1,000명 이상이 자리 바꿈하는 사태가 예상된다.
경찰의 반성과 결의는 이해가 된다.그러나 결의만으로 우리 사회에 고질화된 업소와의 유착 비리가 근절되리라고 믿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결의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무장하는 일이다.경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으로부터 경계하고 살피는 일이다.일부 경찰관들의 비리가 대형 참사의 원인 제공이 되는 것은 직업의식이 부족한 탓이다.
경찰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개혁의 발판으로 삼는 계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5만 경찰 가족 전체의 의식 전환이 요구된다.박봉에도 묵묵히직무에 충실한 경찰관들의 사기를 북돋는 일이 중요하다.떠들썩한 구호보다경찰관의 직업의식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격무 해소책 등 경찰 본분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시급하다.
[李基伯 논설위원 kbl@]
1999-11-1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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