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강희안 ‘양화소록’ 번역본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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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1-08 00:00
입력 1999-11-08 00:00
‘아아! 화훼는 식물일뿐 서로 느끼거나 대화할 수 없다.그래서 구부리거나 펴는 것,바로 잡거나 휘게 하는 것,꽃을 피게 하거나 꺾어주는 일 등은 사람의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이치를 거슬러서는 안되는 것이므로 다만 그 식물의 본성에 따라 온전히 할 뿐이다’ ‘양화소록’(養花小錄)은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로 잘 알려진 조선초의 선비화가 인재(仁齋) 강희안(姜希顔·1417∼1465)이 쓴 화초 재배서이다.

강희안은 화초를 직접 기르면서 알게 된 꽃·나무의 특성과 재배법은 물론,꽃과 나무의 품격과 상징성을 서술하면서 세상을 다스리고 사람을 교화하는뜻과 법도를 담아 냄으로써 화초재배를 경세의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지금껏 한글로 옮겨지지 않았으나 최근 30대 젊은 역사학자인 서윤희·이경록씨가 이를 번역하고,‘야생화 박사’로 불리는 김태정씨가 사진을 곁들여꽃과 사회,철학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눌와 펴냄,1만원.

이 책은 노송 만년송(향나무) 오반죽(대나무) 국화 매화 등 17종의 꽃과 나무,괴석(怪石)을 설명하고 꽃·나무를 기를 때 주의해야 할 7가지의 항목을조목조목 설명한다.

강희안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양생법’(養生法),즉 키우고 기르는 작업이다.지각도 운동 능력도 없는 풀 한포기의 미물(微物)이라도 그 본성을 잘살피고 그 방법대로 키운다면 자연스레 꽃이 피어난다고 사물의 이치를 알려준다.

그는 이런 이치를 따르면 무슨 일을 하든 안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그래서 ‘화초의 성품과 기르는 방법을 알게 될 때마다 기록해 소일하는밑천으로 삼고 호사가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대나무를 좋아했던 강희안은 중국 진(晉)나라의 대개지(戴凱之)의 죽보(竹譜)를 인용,“대는 강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으며,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다.작게는 속이 비었는가 찼는가에 따라 다르고,크게는 마디와 눈이있다는 점에서 같다.물가의 모래땅에서도 무성하게 자라고,혹은 산속에서도자란다.가지를 쭉 뻗어 향내를 퍼뜨리며 푸르고 엄숙하다”고 칭찬한다.복잡하고 화려한 것을 싫어하며 담백함을 즐겼던 그의 고절한 선비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기홍기자 hong@
1999-11-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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