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노근리 양민학살…49년만의‘화해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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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1-05 00:00
입력 1999-11-05 00:00
충북 영동군 노근리 미군 양민학살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49년 만에 만나 화해했다.그러나 주장은 엇갈렸다.

이들의 만남은 미국 NBC-TV 주선으로 4일 오전 11시부터 저녁까지 대전시유성구 도룡동 롯데대덕호텔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는 당시 미군 제1기갑사단 7연대 2대대 중화기중대 상병(기관총사수)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했던 에드워드 데일리(68·테네시주 거주)씨와‘노근리 미군 양민학살 주민대책위원장’ 정은용(鄭殷溶·76)씨를 비롯한 유가족 6명이 참석했다.

데일리씨는 “피란민 속에 인민군이 섞여 있으니 동태를 잘 감시하고 어린이와 부녀자가 있을 때는 적인지 잘 판단하라는 상부 지시가 내려와 노근리의 경우 사격 여부를 상부에 문의한 결과 주민을 모두 몰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데일리씨는 1950년 7월26일 저녁부터 시작된 피란민에 대한사격에 앞서 피란민쪽에서 총탄 3∼4발이 날아와 사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위원장은 “피란민들은 모두 총이 없는 양민이었다”며 “인민군은 미군의 학살 후인 29일 저녁에야 마을에 처음 나타났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화해는 이뤄졌다.

데일리씨는 “미국의 군사기록이 부실해 노근리사건의 진실 규명이 늦어진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당시 군인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사과했다.

데일리씨는 6명의 피해자 및 유가족과 첫 대면하는 순간 일일이 두손을 붙잡고 고개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점심을 먹기 전 유가족과 포옹하며 “여러분들의 말이 맞는 것같다”고 사실을 시인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는 “18개월 전 AP통신으로부터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여러분이)고통 속에서 살아왔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아프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
1999-11-0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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