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死角 유흥업소’] 3. 청소년 음주 <끝>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9-11-03 00:00
입력 1999-11-03 00:00
“술을 마시지 못하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가 없어요” 서울 I고교 2학년 이모양(17)이 전해주는 청소년들의 놀이문화 중심은 술이었다.노래방이나 게임방 또는 오락실은 옛 얘기가 된 지 오래다.호프집과 소주방,나이트클럽,여관 등을 즐겨 찾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아 성인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인천 호프집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의 빈소 앞에서같은 반 친구들이 버젓이 술판을 벌일 정도다.

서울의 신천·강남역과 화양리,대학로,신림4거리 일대 등은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신천역은 ‘젊음의 거리’로 불릴 정도로 밤만 되면 청소년들로 붐빈다.3∼4명이 소주방에서 술을 마시면 2만∼3만원쯤 든다.담배도 마음대로 피운다.그러나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양은 “경찰은 청소년들이 술집에 들어가는 것을 봐도 모른 체 한다”고말했다.유흥업소에서도 손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다.심지어 “오늘은 단속이 있으니까 몇시 이후에 오라”며 친절히 알려주기까지 한다.

서울 J고교 2학년 이모군(17)은 “압구정동은 배경이 좋은 아이들이 많이드나들어 경찰이 단속을 하지 않는다고 친구들 사이에 소문이 나 있어 집에서 멀지만 즐겨 찾는다”고 털어놨다.

이들 빗나간 10대들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호프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학원비나 교재비 등으로 부모에게 돈을 얻어내는 등 한 달에 30만∼50만원씩 유흥비로 쓰는 학생들도 있다.심지어 학원 영수증을 위조해부모로부터 돈을 챙기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유병세(兪炳世) 인천시 교육감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청소년들의 술집출입을 전국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면서 호프집 참사를 변명하기에만 급급했다.

청소년과 교사는 형식적인 관계가 되어 버렸다.학생들은 고민이 있어도 교사에게 털어놓지 않는다.친구들로부터 당장 따돌림받기 때문이다.학교측은지난해부터 ‘상담 교사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金玟河)가 최근 전국 초·중·고교 교사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들은 학생들이 고민을의논하는 대상 순위에서 친구(69.2%),부모(15.6%)에 이어 최하위라고 스스로 답했다.이 단체의 정책연구소 이명균(李明均·34) 선임연구원은 “학생들이 학교보다는학원을 따르는 데다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현실에서 아이들을 제대로지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문제 학생들을 단순히 처벌하거나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 관련 부처가 협조 체제를 강화,구체적인 장·단기 계획을 만들어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1999-11-03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