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시를‘정확하게’사랑하기
기자
수정 1999-10-21 00:00
입력 1999-10-21 00:00
아니면 시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현실적 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다가 내남 없이 제것 지키기에 급급한 세태가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연이어 해보게 된다.우리나라 사람들은 분명히시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렇게 시를 사랑하듯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게 틀림이 없는데,‘시사랑 마음 따로 세상 사는 마음 따로’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지.이런 생각에 많은 이들이 시사랑을 생활화하자는 운동을벌여서 지하철역으로 근린공원으로 시를 깊숙이 끌어당겨 놓는다.마을 도서관에도 구민회관에도 시를 사랑하는 모임이 생겨나 있다.최근 여러 일간지에서 다투듯이 파격적으로 지면을 할애하여 시를 소개하고 있는 현상도여간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런 데서부터 있을수 있다고나는 생각한다.
시는 낱말 하나,구두점 한 개라도 함부로 써서는 안되는 대표적인 문학장르다.어떤 지면에서는 행과 연의 구분을 임의대로 처리하고 있고,시의 전문인지 어느 부분인지 알 수 없게 해놓기도 한다.원작자에게 허락을 받는 과정을생략하고 오자(誤字)가 쓰인 대로 게재한 경우도 많다. 짧은 시가 쉽게 옹호되는 풍조도 있고,유명한 시라 해서 격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까지 내걸어놓는 ‘적당주의 시사랑’도 심심찮다.
작은 풀씨 하나라도 눈여겨보는 마음이 시의 출발점일 터인데,시의 그 마음을 대충대충 끌어와 적당히 버릇처럼 사랑하고 있는 일은 진정한 시사랑이될 리 없다.우리의 넘쳐나는 시,아름다운 시사랑은 진정한 것이 아니어서 우리는 시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품고 살면서도 결국 쉽게 이 혼란스런 세태에 동참해 버리고 만 것이다.
[박덕규 소설가 협성대 문창과교수]
1999-10-21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