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감 맞춰 ‘北용어집’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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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10-16 00:00
입력 1999-10-16 00:00
‘해방처녀’,‘집난이’,‘재떨이’….북한에서 자주 쓰고 있는 말들이다.

그러나 이 말의 정확한 뜻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해방처녀’는 미혼모를 말하고,‘집난이’는 시집간 딸을 뜻한다.‘재떨이’는 지조 없는 여자란 의미다.

국가정보원은 15일 정보위 국감에 맞춰 북한 TV·신문과 각종 유인물에 사용되는 상용어 중 이해가 어려운 어휘 3,520개를 예문과 함께 해설,정리한 230쪽 분량의 ‘북한 상용 특이 용어집’을 발간했다.

책자에 따르면 최근 북한에서는 외국인 상대 매춘여성을 ‘공동변소’라고부르고,유선방송을 ‘유방(有放)’,소꿉친구를 ‘송아지동무’라고 하는 등신조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그만큼 남북간 언어이질화 현상이 심화돼 북한 실상을 정확히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우리 말 속어 ‘왕따’의 북한 용어는 ‘모서리주기’다.또 싱거운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은 ‘싱검둥이’,첩은 ‘곁마누라’,결혼하지 않고 어울려 사는 사실혼 부부는 ‘뜨게부부’로 부른다. 음담패설은 ‘고급 세미나르’로 부른다.

책자는 부록으로 북한 주민들 사이에 유행하는 은어도 다루고 있다.



‘가축돈사’는 살찐 김일성(金日成)을 돼지에 비유해 그의 별장을 돼지우리로 빗댄 표현이고,교양강습 때마다 당 간부들이 마치 가락국수를 뽑듯 괴롭힌다고 해서 이들을 ‘가락국수’라고 부른다.책자에는 북한 당 간부들의별명도 소개돼 있다.최광 전 인민무력부장은 전쟁을 좋아하는 강경파라고 해서 ‘히틀러’로 불리고,강성산 전 정무원총리는 실권이 없음을 비유해 ‘쥐며느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한종태기자
1999-10-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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