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비켜 서서 잠시 뒤를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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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9-27 00:00
입력 1999-09-27 00:00
이와 비슷한 일을 뷔페식 연회장에서 겪게 될 때도 많다.음식 탁자에 바짝붙어 서서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이,나처럼 천천히 다가가 음식을 접시에 담아 멀리 떨어져 나와서 먹는 사람들의 불편을 전혀 고려하지않아서이다.시간은 흐르는데 탁자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은 먹고 얘기하면서비게 된 자신의 접시를 큰 위치 이동도 없이 채우고 있으니,이를 어쩌나.
이렇게 남의 앞을 가로막는 습관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이 에스컬레이터 타기이다.차례를 무시하고 앞서 가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습성에 비해 보면,바쁘면서도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아예 걷지조차 않는 사람들의 습성은 알다가도모를 일이다.‘왼쪽 자리는 걷는 사람을 위해 양보하세요’라는 안내말이 붙은 지하철역 환승장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앞을 가로막고 서 있는 사람이아직 많다.모르긴 해도,에스컬레이터를 국내에 처음 보급 유행시킨 백화점들에서 내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는 뛰지 마세요’라는 구호가 사람들에게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걷지도 않는 습관을 가지게 해온 게 분명하다.
이쯤 되면,남의 앞을 가로막는 짓은 처음부터 습관들이기 나름이었다는 얘기가 된다.운전하면서 앞과 옆뿐 아니라 백미러를 살피는 습관을 들였듯이,이제라도 우리는 자신이 멈춰 서 있게 된 어느 지점에서건 잠시 뒤를 돌아보아 내가 서게 되어 불편을 겪게 된 뒷사람이 없는지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박덕규 소설가.협성대 문창과 교수]
1999-09-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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