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제일銀매각 금감위의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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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9-27 00:00
입력 1999-09-27 00:00
올 국정감사를 앞두고 감사대상 기관들은 긴장하게 마련이다.금융감독위원회도 예외는 아니다.다른 감사대상 기관보다 더 긴장하는 눈치다.각종 기업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악역’(惡役)을 맡고 있는 까닭이다.

국감에서 의원들이 금감위를 다그칠 메뉴는 다양하다.너무 많아서 어떤 요리를 할지를 놓고 고민할 판이다.좋은 요리감 중 하나는 제일은행 매각 건이다.‘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을 5,000억원에 넘기는 것은 헐값 매각이 아니냐’는 지적이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금감위는 이런 질문과 관련한 모범답변을 준비했다.7조원의 공적자금 중 성업공사가 제일은행의 부실채권을 시가로 사들이려고 쓴 1조3,000억원은 공적자금으로 볼 수 없어 순 공적자금은 5조7,000억원이라는 게 금감위의 입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5조7,000억원 중 1조원은 자본금으로 남아 있고 국제회계법인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가 97년 말 제일은행을 실사(實査)했을 때에도부채가 자산보다 4조5,000억원 많은 것으로 나왔다”면서“이런 것을 종합하면 공적자금을 낭비한 것도,헐값에 판 것도 아니다”고 설명한다.

또 ‘이번에 체결된 투자약정서(TOI)가 지난해 말 체결했던 양해각서(MOU)보다 조건이 불리해진 것은 아니냐’는 예상질문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다.MOU 때에는 건전대출을 87%로 평가해 인수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번에는 96.

5%로 높아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오히려 유리해졌다는 게 금감위의 해명성답변이다.

제일은행 매각과 관련한 금감위의 이러한 입장에 수긍이 가기는 한다.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는데 헐값인 5,000억원에 처분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부풀린 견해일 수 있다.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도 문제지만 금감위가 ‘잘했군 잘했어’식으로 자화자찬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금감위는 대우를 비롯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3년(일반 기업은 2년)까지 정부가 책임지기로 한 부분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진솔한 것이 아름다운 법이다.잘한 것은 잘한 대로,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판단하고 전달하는것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곽태헌 경제과학팀기자 tiger@]
1999-09-2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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