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북한식 상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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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31 00:00
입력 1999-07-31 00:00
모든 국가간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호주의를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다.

그동안 남북간의 협상에서도 상호주의는 절차문제 등과 관련해서 쌍방이 지켜온 원칙이다.특히 우리정부가 정경분리와 상호주의 원칙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추진하는 배경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남과 북이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의사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상호이익을 증진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다.

베이징(北京)남북차관급회담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비료를 제공하는 대신 우리정부가 요구하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상호주의 원칙에서 협의,해결하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출소 비전향 장기수 북송문제를 국군포로 송환과 연계하는 인도적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도 같은 입장이다.이러한 우리정부의 상호주의 원칙을 북한은 새로운 반통일적 역풍으로 매도하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정부의 상호주의를 무차별 비난해왔던 북한이 28일 99통일대축전 제10차 범민족대회 공동준비위원회 결의문을 통해 “비전향 장기수를 돌려보내면 남북간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북한식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이율배반적 모순을 드러냈다.더욱이 남측 범민련과 한총련의 8.15판문점 범민족대회 참가를 허용하면 남북정치회담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정치공세까지 벌이는 자가당착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은 남한의 상호주의는 장사꾼의 논리로 매도하면서 북한식 상호주의를 통해 정치적 실리를 챙기려는 도시적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하고 있는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상호주의는 절대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원칙이다.왜냐하면 남북간에 서로가 명분을 앞세워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과거의접근방식으로는 더이상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우리정부가 제기한 상호주의 원칙은 “우리가 북한에 100을 주면 북한으로부터도 반드시 100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상거래에서 적용되는 등가성의 상호주의가 아니다.다만 대북지원 등 우리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 북한도 일정한 수준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남북관계에서 우리정부의 상호주의 원칙을 비난하거나철회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의 이익과 민족공동 번영을 위하여상호주의원칙을 수용하는 발전적 변화를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은 남북협상에서 양측의 다양한 주장 속에 상호주의가 포함돼 있다는사실을 인정하고 실사구시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

<장청수 논설위원>
1999-07-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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