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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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03 00:00
입력 1999-07-03 00:00
당수에게 정면으로 도전장을 들이민 것이다.의원들은 여세를 몰아오는 17일 ‘노동당 지키기’대회를 열어 노선논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제3의 길’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이들의 주장은 블레어 총리가 영국사회를 왜곡시키고 있는 빈곤과 불평 등을 시정하려는 노동당의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제3의 길’이란 영국의 정치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처음 주창하고 블레어 총리가 현실정치에 적용중인 정치이념으로 좌·우익 이념을 초월한 중도좌파노선을 말한다.블레어 총리는 ‘제3의 길’을 기치로 97년 5월 총선에서 18년 집권의 보수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승리,세상을 놀라게했었다.
영국에서의 좌파정권 성립을 계기로 유럽에는새로운 좌파시대가 활짝 열리는 듯했다.영국에 이어 프랑스에 ‘현실주의적 사회주의’를 표방한 조스팽정권이 들어서고 독일에서도 ‘신중도’(Neue Mitte)노선의 슈레더 정권이들어섰던 것이다.유럽 사회주의제2의 전성기가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신 좌파이념은 이데올로기로서는 처음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좌파 이론가들은 ‘제3의 길’은없다고 단언한다.현실 정치에서 좌파와우파를 넘어선 초월적 이념이란 있을 수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블레어리즘을 바지입은 대처리즘 이라며 혹평을 서슴지 않는다.‘제3의 길’은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 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좌파가이념적으로 진보를 자임하면서 정책적으로는 시장논리를 충실하게 따르는 데서 오는 이념적 혼돈이다.
‘제3의 길’이니,‘신중도’니 하는것들이 실은 유럽 좌파가 직면하고 있는 정체성 위기를 달리 표현하는 정치적 수사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90년대 후반들어 유럽에 분 신좌파 바람의 정체는 무엇일까.그것은 아마도 장기간에 걸친 보수정권에 싫증을느낀 이념적 부동층이 새로운정치적 슬로건에 매료됐을 가능성이 다.그런 점에서 ‘제3의 길’은 하나의이데올로기로서는 비판받지만 보수정권의 장기집권에 대한 대안으로서는 유효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에는 언제쯤 이러한 이념논쟁,정책대결이 가능하게 될 것인가.
임춘웅 논설위원
1999-07-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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