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사재출연 발표 후 관련부처·기업·채권단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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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7-01 00:00
입력 1999-07-01 00:00
삼성그룹이 30일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사재2조8,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발표하자 재계는 당초 예상보다 파격적인 내용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삼성차 처리를 위해 삼성생명의 기업공개를 허용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삼성과 금감위의 빅딜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대원(李大遠) 삼성차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25층 기자회견장에서 삼성차 법정관리와 이 회장의 사재출연 방침을 발표.

이 부회장은 “법정관리에 대해 채권은행단과 사전협의는 없었지만 사재출연 등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채권은행단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생각한다”고 언급.이 부회장은 그동안 자신이 맡아왔던 자동차 사업을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사실상 내놓게 된 탓인지 시종일관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문을 낭독.

?대우관계자들은 삼성차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삼성측이 갑작스레 방침을 바꾼 데대해 당혹스럽다”면서 “그러나 부산공장 인수 등이 남아 있어 이해득실을따지자면 우리가 손해볼 것도 없다”고 담담해 했다.

?강봉균(康奉均) 재경부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자동차 빅딜 문제에 대해 “이제 실마리가 풀렸다”며 긍정적인 반응.그는 “사전에계산한 결과 이건희회장이 내놓기로 한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는 삼성자동차 부채 중 2조여원을 상쇄할 만한 양으로 판단했다”고 상장가 기준으로 계산한 점을 간접 시인했으나 “삼성생명의 상장 여부는 좀더 검토하겠다”고 한발 뺐다.

?삼성자동차 해법을 접한 재계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전경련 고위관계자는 “삼성의 해법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 원칙을 깬 사례로 총수가 법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책임,다시말해 무한책임을 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일이 다른 대기업 총수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선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어쨌든 어려운 빅딜을 조속히 해결하게 돼 다행”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이번 일은 매우 특별한 경우로서 다른 기업에는 적용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외견상 긍정적으로 평가.이헌재(李憲宰) 위원장도 “합리적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우전자와의 맞교환이든 법정관리든 삼성차 처리를 매듭지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언급.그러면서도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못내 아쉬워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기업공개를 허용키로 한 데 대한 여론의 반향을 예의주시.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지만 기업공개시 이 회장을포함한 대주주의 보유주식 가“? 크게 올라 막대한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빛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삼성자동차가 빅딜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한것에 대해 예상했던 부담을 훨씬 덜게 됐다는 반응들.

30일 오전까지만해도 채권단은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힘없는 채권단의 부담을 크게 하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청산을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다,정부가 삼성생명의 상장을 허용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급반전.

?채권단은 삼성자동차가 빅딜을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한 사실을감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저녁 삼성과 대우그룹 총수를 만났으며,삼성자동차 처리 문제는 곧 결말이 난다”며 “최종 방침이 발표되기 이전에 부채 구조조정이나 출자전환,금리우대 등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승호 김환용기자 osh@
1999-07-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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