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정 타고 둘러본 연평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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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6-19 00:00
입력 1999-06-19 00:00
18일 아침 동트는 연평도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맑고 드높았다.햇살에 검게 탄 어민들은 아침을 반기면서 바쁘게 손을 놀렸다.15일간 지속된 악몽을완전히 떨쳐버린 듯했다.

“어어이,많이들 잡게나” “이따 보세” 어민들은 서로에게 행운을 기원하며 익숙한 솜씨로 닻을 거뒀다.50여척의꽃게잡이 배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어제 쳐놓은 그물을 향해 전속력으로 나갔다.갈매기 수백마리도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며 꽃게잡이 배의 꽁무니를 뒤따랐다.

아침 바다는 잔잔하기 이를 데 없었다.눈부신 햇살이 쪽빛 바다에 반사되면서 황금색 물결이 춤을 춘다.‘여기에서 수천발의 총성이 울렸던가’ 하는의문이 들 정도로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북방한계선(NLL) 남쪽의 어장에 도착하자 어민들은 앞다투어 그물을 거둬들였다.이따금 허리를 펴고 모자를 벗어 흔들며 다른 배에서 조업중인 어민들과 인사를 한다.기분좋은 웃음이 어민들의 얼굴에 가득하다.

어장 경계선을 따라 서쪽으로 나가자 해양경찰 경비정 ‘민들레호’의 레이다에 북한의 경비정 5척과 어선 등10여척이 잡힌다.북방한계선 북쪽 0.8㎞지점이다.

32년째 해양경찰에 복무하고 있는 민들레호 정장 정중교(鄭仲敎·56)경위는 “연평도 인근의 제해권을 상실하면 인천 등 수도권이 바로 북한 화력의 사정권에 들게 된다”면서 “그러나 지난번 교전에서 우리 해군의 막강 전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함부로 넘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쪽을 향해 눈길을 돌리자 북방한계선 남쪽 10㎞ 지점에서 북한 선박의 동향을 감시중인 우리 해군 고속정 2척이 눈에 들어온다.동서로 분주히 움직이면서 단 한순간도 북한 경비정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했다.비로소남북대치에 따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해질 무렵이 되자 연평도 부두는 꽃게잡이 배들이 높이 곧추세운 깃발로 장관을 이뤘다.모든 어선이 만선이다.꽃게가 가득 담긴 상자를 어깨에 메고 배에서 내리는 박재원(朴在源·35)씨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 남북한 어민들이어깨를 나란히 한 채 꽃게를 잡으며 풍어가를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 전영우기자 ywchun@
1999-06-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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