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인문학·벼랑에 몰고 맞는 새 밀레니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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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4-12 00:00
입력 1999-04-12 00:00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거창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최근 공론화된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인간은 돈으로 산다’ 그리고 ‘돈을 위해 산다’는 것이다.그럼 하나만 더 질문해보자.돈은 왜 생겨났나?인간의 삶의 편리를 위해 교환가치라는 실용성에서 생겨난 돈은 증권시장에서 보듯이 허구적 가치 혹은정서적인 가치라는 상징적 차원으로 과장되고 있다.

나는 부모님이 이북출신이어서 가족들 것을 합쳐 100만원대 동화은행주를갖고 있었다.그런데 어느날 깨어보니 0원이 되었다.증권사 직원이 좀더 갖고 있으면 오를테니 팔지말라고 해 그냥 갖고 있다가 날린 것이다.

그 대신 나는 자본주의라는 게 어떤건지,증권의 가격이 어떤 건지에 대해생생하게 배웠다.그리곤 생각했다.그 돈 없어도 내 삶에 별 지장이 없으니,없었던 셈치자라고.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일이나 할 걸 생각하니 아쉬웠지만,발 뻗고 잤다.

내가 날린 돈에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도 ‘돈이 다가 아니다’라는 인생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것은 인문학적인 바탕에서 나온것이다.인문학이라고 돈을 못버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돈벌이를 위해서만 존재하지도 않는게 인문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며칠 전 한 일간지에서 세계명문대학으로 미국 리즈대학을 소개했다.실리콘 밸리를 일으킨 대 사업가들이 리즈에서 인문학적 교양을 쌓았다는 사실은당연한 것이다.미국영화의 부가가치를 높힌 디지털 특수효과의 귀재 루카스는 구로사와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에 감사하며 새로운 디지털 스튜디오 이름을 구로사와라고 붙였다.이것은 이공계 학문이 인간에 대해 사고하는 인문학적 토대와 함께 어울려 돌아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는?개발독재정권부터 지금까지 장학금,국책 프로젝트,교육부 지원책은 모두 이공계와 자연과학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만일 지난 30년간이런 한쪽의 투자가 양쪽에 고루 이루어졌다면 지금보다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다.어쩌면 IMF도 안당했을지도 모른다.

돈과 기술로 앞서가려면 인간의 편리한 삶에 대해,그보다 먼저 인간의 가치와 윤리에 대해 깊이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깨달아 실천할까.



그리고 선진국의 이공계 투자비를 비교하는 지표에 인문학에 투자하는 비율도 같이 들어가면 좀더 실속있는 참고자료가 되지 않을까.

유지나 영화평론가 동국대교수
1999-04-1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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