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대우에 오늘까지 부채축소 수정안 요구
수정 1999-03-31 00:00
입력 1999-03-31 00:00
금융당국은 자산재평가 차액을 제외한 상태에서 연내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31일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 수정안을 내지 않으면 시정요구에 이어 금융제재가 불가피하다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현대와 대우는 정부가 다그치자 수정안을 31일까지 내겠다며 일단꼬리를 내렸으나 불씨는 남아있다.
금융감독 당국 금감원은 자산재평가 차액을 반영해 부채비율을 200%로 줄이는 것은 ‘숫자 놀음’이라고 여긴다.장부상으로만 재무구조가 개선될 뿐실제 기업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다.금감원은 외자유치나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5대 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할 때 이같은 방침을 밝혔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당시 삼성·LG·SK그룹은 올 연말 부채비율 개선목표를 자산재평가 차액을 반영했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로 나눠 제시했다.이들 그룹은 재평가 차액을 반영하지 않아도 부채비율 달성에 문제가 없다.문제는 현대와 대우다.
현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李甲鉉행장은 지난 29일 朴世勇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방문,“31일까지 자산재평가 차액을 제외한 상태에서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줄이기 위한 재무구조개선약정 수정안을 내라”고 했으며 “계속 버티면 결국 금융제재를 받게 된다”고 경고했다.
?현대·대우 현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심 “자산재평가 차액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처지였다.자산재평가 차액이 7조원대나 돼 이를 제외하면 부채비율은 600%대로,‘감당불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위와 공정위의 국정보고가 있었던 30일부터 강경자세가 누그러졌다.李憲宰 금감위원장이 “자산재평가 차액을 인정해 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한 여파로 보인다.대우는 지난 24일 약정 수정안을 제일은행에 냈으나부채비율 감축목표는 250%로 제시했다.이에 제일은행은 “200%로 낮추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라”며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재계는 금융감독 당국의 처지는 이해하면서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자산재평가법이나 기업회계준칙상 자산재평가 차액은 부채비율을 산정할 때 반영할 수 있게 돼 있는 점을 든다.현대는 “많은 비용을 들여 자산재평가를 했다”며 당황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감원과 5대 그룹 주채권은행들은 오는 4월10일쯤 ‘1·4분기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실적 평가회’를 가질 예정이다.그때 가서 정부와 재계의 마찰이 가시화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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