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뇌물퇴치의 사회적 접근/文石南 전남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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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9-03-04 00:00
입력 1999-03-04 00:00
일찍이 우리역사에 탐관오리(貪官汚吏)라는 말이 있듯이 뇌물의 시작은 받는 쪽인 관리에서 비롯됐다.뇌물은 항상 권력,돈,이권이라는 세가지 요소가대가성을 매개로 공생적 연결고리를 형성하여 음성적으로 거래되기 때문에좀처럼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는다.
뇌물거래는 사회 성원들 사이에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이다.공정한경쟁이 보장되지 않은 불투명한 국가는 결코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가 될 수없다는 것이 사회학자들의 집약된 견해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청렴도를 나타내는 투명지수는 대단히 낮다.지난해 말 국제투명성협회(TI)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한국의 투명지수는 10점만점에겨우 4.2점으로 조사대상 85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했고,아프리카의 후발개도국인 짐바브웨와 같은 수준이었다.한국사회가 뇌물 등 부정부패로 얼룩져그만큼 맑고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도로 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방지를 목적으로 ‘해외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협약’이 발효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이 국제협약의 발효로 한국의 해외공사 수주의 상거래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한국이 국내외적으로 투명성이 담보된 성숙한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부정부패의 상징인 뇌물거래를발본색원하는 것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뇌물은 대부분의 경우,권력층이 힘없는 시민을 대상으로 편익을 볼모로 한거래행위이다.한 연구기관의 뇌물관련 조사에 의하면,응답자의 54%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적이 있다고 답하고 있다.
뇌물연구가 ‘누난’의 말을 빌리자면,공복으로서 사명과 의무를 망각하고‘돈에 영혼을 판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는 뜻이다.이들 공무원에게는뇌물의 환수와 실형의 선고 등 법적 제재도 필요하지만,‘영혼을 파는 파렴치한행위’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게끔 일깨워 주는 것이 더 시급한 치유법이다.그리고 이들의 행위가 평생동안‘사회적 낙인’을 수반하게끔 돼야 한다.
법률은 도덕의 최소한의 축소판에 불과하기 때문에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현대인에게는 자각에 의한 규범의식의 내재화가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뇌물의 제공자들은 이권을 얻거나 자기의 약점이나 위법행위를 돈으로 사보려는 이기심에서 출발한다.그리고 적극적으로 이권을 취득하려는 사례보다는 소극적으로 약점이나 탈법행위를 모면하려는 경우가 더 많다.그러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준법정신과 규범의식으로 철저히 무장돼 있을 때 이기심의 침투는 차단될 수 있다.
편익이나 위법행위는 결코 뇌물로 맞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뇌물제공자는 철저히 공개되고,그 몇배의 정신적·물질적 불이익을 그들에게 안겨주어야 한다.그리하여 뇌물의 죄책감과 법의 준엄성을올바로 인식케 하고,뇌물의 제공은 사약을 마시는 자살행위와 같다는 것을모든 국민이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이게끔 보편화돼야 한다.
뇌물거래 없는 맑고 청렴한 사회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이를 위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규범문화의 정착을 통해 뇌물거래를 기필코 퇴치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1999-03-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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