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내다보자/安錫敎 한양대 교수·경제학(대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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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2-28 00:00
입력 1998-12-28 00:00
○창조적 혁신의 싹 틔워야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새해 역시 우리내 생활살이가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금리와 실질임금이 하향안정추세를 보이고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모두가 경기부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 요인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재벌의 구조조정에 따른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며,무엇보다도 주요 수출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특히 미국·일본 및 동남아와 같은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인 내년 경제상황 자체가 아니라 개혁과 구조조정이 얼마나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슘페터가 강조한 바와 같이 경제발전이란 ‘창조적 파괴’의 지속적인 회오리를 추진동인으로 전개되는 법이다.비리·모순과 비효율적 제도의 유산을 혁파하는 것이 그동안에 추진된 개혁과 구조조정의 일차적 과제였다면,이를 대체할 수 있는 창조적 혁신의 싹을 움트도록 하는 것이 향후 최대의 과제가 될 것이다.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만 있다면 단기적인 성장률 자체는 부차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다.
최근 내년 경제에 대한 국내외의 다양한 예측·평가전망이 발표되고 있다. 물론 경제위기의 고통 속에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징표를 절박하게 갈구하는 정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성장률 자체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중요한 것은 보다 멀리 발전의 지평을 설정하고 이에 걸맞은 우리의 시계(視界)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우리는 이시점에서 ‘1999년’이 갖는 물리적 시간의 의미를 역사적 차원에서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내년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세기를 연결하는 고리로서의 역사성을 갖고 있다.선진국의 정치권과 지식인들은 그동안 새로운 세기에 대비한 발전의 방향타를 정립하는데 온갖 정열을 기울여 왔다.과거청산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실정이 그만큼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국,세계사적 시차 극복을
새로운 ‘밀레니엄’의 성격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발전의 목표와 전략의 ‘아젠다(agenda)’를 설정해야 할 역사적 요구를 우리는 내년의 작업으로 유예시켜둔 상태다.‘오늘’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적 시간’과 21세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세계사적 시간’간의 괴리를 극복하는 과제는 특히 지식인들에게 부여된 역사적 소명으로 이해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광범위한 토론의 여과과정이 필요할 것이다.문제는 작금의 우리 상황이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개혁과 구조조정 이후 무엇을 위해 어떻게 창조적 변신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상황이 긴박할수록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앞을 내다보는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1998-12-2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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