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년 단축/학부모 찬성 老교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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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11-03 00:00
입력 1998-11-03 00:00
교원 정년을 만 65세에서 60세로 단축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2일 발표되자 일선 교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한국교총과 전교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어 정기국회의 법안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학부모들은 교원 인사적체 해소,교육의 질 향상 등 정책 취지에 공감을 나타내면서도 교사들의 반발 및 사기저하가 교육현장의 파행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기대했다.
한국교총(회장 金玟河)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정년단축을 통해 신규교원 채용 및 시설투자 확대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2만1,000여명에 이르는 60세 이상 교원들에 대한 퇴직금 4조여원과 퇴직 후 연금부담을 감안하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될 게 없다”면서 “법정 정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원수를 또 줄이면 교육의 질만 떨어뜨릴 것”이라고주장했다.
교총은 서명운동 등을 통해 법안통과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위원장 金貴植)도 “경제논리만을 앞세워 정년을 한꺼번에 5년이나 단축하려는 것은 교단에 미칠 충격을 고려치 않은 성급한 결정”이라면서 “예산 절감을 위해서라면 교원 정년단축보다 비대한 교육행정기구를 우선 축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남고 全京玉 교감(60)은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일했는데 갑자기 정년을 5년씩이나 낮추겠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면서 “교사들의 사기를 고려,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세화여중 孟漢鎬 교사(33)도 “교사들이 노령화된다고 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당장 인사적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젊은 교사들의 사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정년단축 방침에 대해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의 趙修暎 사무국장은 “나이 많은 교사들은 새로운 지식과 수업방식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대에 맞는 젊은 교사들을 선호하는 학부모 및 학생들의 바람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金명신 사무국장은 “IMF 고통분담 차원에서라도 교육계가 교원 정년단축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인사 적체로 임용되지 못한 젊은 후배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일반인,교원 등 3,1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교원 정년단축 찬반 여론조사 결과 일반인 응답자의 70%가,교원은 54%가 찬성했다. 또 일반인 90%,교원 50%가 ‘60세 이하’를 적정한 정년이라고 답했다.
일반인들은 정년단축이 필요한 이유로 인사적체 해소(42.6%),고령교사의 건강 및 학생과의 세대차이(39.5%),구조조정 동참 및 일반 공무원과의 형평(12.2%) 등을 꼽았다.<金煥龍 기자 dragonk@seoul.co.kr>
1998-11-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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