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皮千得씨·샘터 金聖龜 상무 ‘사제의 정’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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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9-19 00:00
입력 1998-09-19 00:00
“선생님 몸무게가 많이 줄었어요. 건강에 신경을 쓰십시오. 나가시는 모임도 줄이시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미수(米壽·88세)의 스승은 등을 돌리고 불혹(不惑)을 앞둔 제자는 그 등을 닦는다.
한 달에 한 번,서울시내 한 호텔의 사우나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광경. 수필가 琴兒 皮千得 선생(88)과 잡지사 ‘샘터’ 金聖龜 상무(38)와의 만남이다.
琴兒 선생과 金상무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金상무는 부친인 金在淳 전 국회의장이 70년 4월 샘터를 창간하면서 선생을 처음으로 만났다.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세배를 다녔고 결혼식 주례로도 모셨다. 선생의 철저한 작가정신과 완벽한 자기관리의 모습에서 큰 가르침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평생 약속을 지키겠다’는 선생의 좌우명을 따르려 애쓰기도 했다.
‘목욕탕 만남’은 3년 전 金상무가 우연히 “목욕이나 가시죠”라고 제의하자 선생이 흔쾌히 응하면서 시작됐다. 함께 목욕을 한 뒤 우동 먹는 것을 큰 낙으로 삼아왔다.
金상무는 “가끔 부친께서 ‘아버지와는 가지 않으면서 왜 선생하고만 목욕을 다니느냐’고 말씀하실 때도 있다”면서 “‘그 즐거워 하는 뜻을 받드는 것(양지·養志)’이 부자지간이나 사제지간에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평생 아름다움에서 오는 기쁨을 위해 글을 썼다”는 琴兒 선생은 “기쁨을 나누는 복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음을 감사한다”면서 “평범치 않게 맺어온 사람들과의 ‘인연’을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라면서 웃음을 지었다.
15년 전 서울대 사범대 교수직에서 물러난 선생은 서울 강남구 반포동 아파트에서 부인과 함께 살면서 자신의 글들을 모으고 고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李志運 기자 jj@seoul.co.kr>
1998-09-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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