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용 주차장/구청­“만들자” 주민­“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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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9-15 00:00
입력 1998-09-15 00:00
◎‘전국 첫 시행’ 서울 용산구 갈등 심화/주민들 “심각한 주차난 더욱 가중”/구청 “강제규정 없어 협조만 바랄뿐”/장애인 “뿌리 깊은 편견 원망스럽다”

서울 용산구청(구청장 成章鉉)이 시행하려는 장애인 우선 주차제를 놓고 구청측과 일부 주민들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설치하려는 구청의 방침에 주민들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주차난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용산구청측이 이 제도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먼저 관내 장애인들 가운데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차공간 수요를 조사했다. 차량을 소유한 장애인 330여명 가운데 127명이 고정된 주차공간을 갖고 있지 않았다.

용산구는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17개 동의 이면도로 및 빈터 등에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주민 4명이 구청장을 찾아와 항의했고 개인적으로 구청장이나 동장들을 찾아가거나 전화로 항의하는 일도 잇따랐다.

일부 주민들은 장애인 전용 주차표시인 휠체어 마크를 그리는 것을 몸으로 막으며 방해하기도 했다. 작업반원들이 몸싸움 끝에 포기한 적도 적지 않았다. 휠체어 마크를 지워 버려 다시 그린 일도 10여차례나 됐다.

장애인들이 주차를 못하도록 전용 주차공간에 쓰레기나 못쓰는 리어카 등을 갖다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78대분의 장애인 주차공간을 확보했을 뿐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더이상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주차난보다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일 것이라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아마비 2급 장애인을 남편으로 둔 A씨(34·주부·청파1동)는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가 도리어 장애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뿌리 깊은 편견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구청으로선 주민들의 방해를 법규로 제지할 도리가 없다. 강제성 없는 구청의 단순 행정지도 사항이기 때문이다. 용산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게 우선”이라고 아쉬워했다.<金煥龍 기자 dragonk@seoul.co.kr>
1998-09-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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