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大亂 이렇게 풀자­재원조달·활용방안 지상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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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8-17 00:00
입력 1998-08-17 00:00
◎“밑빠진 독 막게 쓸돈·쓸곳 명확히”/재원마련­세금만으론 안돼.국채발행 등 바람직/실업급여­지급대상 넓히고 기간은 줄이도록/고용창출­채용장려금 활용.중기쪽에 투자를/재취업 훈련­엄청난 지원 비해 효과적어 예산낭비

실업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현재 실업대책에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그러나 재원 활용에 관한 관리 및 감시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막대한 재원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과 南盛日 서강대 교수의 좌담을 통해 실업대책 재원의 조달 및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

▲左承喜 원장=실업대책은 결국 기업이 잘 굴러가도록 만들어 고용을 새로 창출하는 데 있습니다.하지만 고용창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간부문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실업대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南盛日 교수=정부의 실업대책에는 세가지 문제가 있습니다.첫째,실업위기가 확산되다 보니 실업대책이라면 무조건 지원하고 있다는것입니다.그러다 보니 돈이 들어가도 효과는 없는 블랙홀 현상마저 생기고 있습니다.

둘째,재원을 쓰는 데 우선순위가 없다는 점입니다.모든 것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돈이 어디로 흩어져 쓰여졌는 지 모를 지경입니다.

셋째는 일관성 문제인데 정부 정책이 서로 상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고용자촉진기금으로 나이 많은 사람을 고용하면 지원해주면서 한편으로는 조기퇴직 장려금을 주고 있습니다.조기퇴직시킨 뒤 돈주고 다시 쓰는 꼴입니다.

▲左원장=동감입니다.정부는 대기업에 대해 가동률이 높은 쪽으로 고용을 재배치 하라고 하는데 이는 공정거래위가 볼 때 내부거래입니다.정부의 종합적이면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합니다.

▲南교수=정부는 해고회피노력을 한 기업에게 여러 혜택을 준다고 합니다.그러나 기준이 복잡해 기업이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단순화 해야 합니다.

또 채용장려금을 과감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대기업보다는 영세기업들이 고용창출 능력이 더 많습니다.여기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합니다.

▲左원장=고용창출은 결국 내수와 수출을 늘리는 일인데 내수 진작에는 인플레 우려나 IMF협약에 따른 제약 등 한계가 있습니다.이런 제약 속에서 내수를 늘리려면 결국 부실채권 정리 등 금융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봅니다.

▲南교수=위기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의 고용창출도 중요합니다.현재 실업특성에 맞춰 영세한 한계 근로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쪽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대규모 SOC는 장치산업으로 고용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사업을 늘려야 합니다.

▲左원장=공공부문에서 흡수할 수 없는 화이트컬러와 전문직은 민간고용으로 흡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민간의 직업기능을 활성화해 해외나 국내 벤처기업이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현재 민간의 직업소개소는 아주 취약합니다.

▲南교수=수출에 있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걸릴 듯 말 듯할 정도로 수출금융을 활성화 해야 합니다.수출이 잘되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모두 살고 실업도 막을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 육성은 중기적으로 대처할 사안이지 단기적으로는효과가 없습니다.

▲左원장=화이트컬러 계층이 기대수준을 낮춰 중소기업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구직과 구인에 대한 보다 활발한 홍보가 필요합니다.

해외 인력송출도 중요한 실업대책으로 검토돼야 합니다.이를 위해 병역기간 단축 등 필요한 조치를 지원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南교수=현재 직업안정망이 블랙홀입니다.엄청난 지원을 받아 재훈련을 하지만 취업이 안돼 예산이 낭비되고 있습니다.정부가 다 틀어쥐려고 하지 말고 아웃소싱 할 수 있는 발상전환이 필요합니다.

외국은 재훈련사업에서 민간과 정부가 경쟁합니다.경쟁시켜서 성과가 많은 기관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합니다.

▲左원장=정부예산 지원대상인 생활보호대상자는 31만명으로 책정됐지만 실제 13만명만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20만명이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합치면 105만명입니다.실업자의 69%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입니다.

▲南교수=고용보험을 5인이하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납입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해 89%까지 적용 대상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 방침입니다.

고용보험 적용범위를 시간직과 임시직으로 넓히는 것은 바람직합니다.그러나 효율적으로 돈을 써야 합니다.현재 최장 수급기간이 9개월인데 외국은 6개월입니다.외국 조사에 따르면 6개월 이상이면 실업자가 거의 주저앉는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납니다.

제한된 실업재원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서는 적용대상은 넓히고 지급기간은 줄여야 합니다.5인이하 사업장까지 확대했을 때 발생할 부정 수급문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左원장=사회안전망을 통한 실업대책은 양보다 제도를 정비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선진국이 100년 걸린 일을 몇달만에 하려다 보니 실제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南교수=미래직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직업훈련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정확한 직업예측이 필요합니다.정부가 이런 일을 해야 합니다.생색이 나지 않아서인지 예산에 고작 2,000만원을 책정했더군요.미국은 상시기구에서 40여명이 300개 산업내의 600개직업 총 1만8,000개 업종을 대상으로 향후 10년간을 분석합니다.이 자료를 각급 학교와 직업훈련기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左원장=실업대책의 재원을 세금인상으로 조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이자소득세는 현재 금리가 워낙 불안정하므로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지금 상황에서 조세인상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실업대책 재원으로 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채권 발행입니다.그러나 국채를 민간시장에 내다파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한국은행은 4∼5조원의 여유가 있습니다.이밖에 해외판매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공기업 매각도 가능합니다.<정리=陳璟鎬·全京夏 기자 kyoungho@seoul.co.kr>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 인터뷰/“구조조정은 2보 전진 고육책”/내년 상반기 지나면 실업상황 크게 개선/‘노동자만 희생’ 잘못/중기·중산층도 고통/기업을 살리는 일이 장기적으론 최선책

“내년에 2개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올해에는 한사람의 실업을 감내해야 합니다.”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은 구조조정이 확실한 실업대책이라고 단언한다.일시적으로 실업이 늘지는 모르나 구조조정이 끝나면 기업의 고용 흡수력은 더 늘 것이라고 강조한다.정부의 실업대책이 즉흥적이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무식한 사람들의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구조조정으로 인한 고통은 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분담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부터 실업문제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담=정종석 경제과학팀장

­구조조정이 장기화돼 경제회생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금융 기업 공기업 노사 등 각종 구조개혁이 당초 IMF와 합의한 일정보다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금융 구조조정의 경우 5개 은행 퇴출에 이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 8%를 넘은 12개 은행에도 8월까지의 경영진단을 토대로 강도 높은 경영개선을 취할 계획입니다.

­구조조정과 정부의 고용유지 방침이 상반되는 것 아닙니까.

▲구조조정을 안하면 실업은 지금보다 더 늘 것입니다.예컨대 은행 구조조정이 잘 안되면 돈이 돌지 않을 것이고 은행이 제기능을못해 기업도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고용책임이 있는 기업이 마비되면 실업은 더욱 늘지 않겠습니까.

­일회적 지원이 아닌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됩니다.

▲답답한 얘기입니다.정부의 실업대책은 예방대책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보호하는 대책입니다.대한민국의 모든 정책은 실업을 줄이기 위한 것입니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기업을 살리는 게 안정적인 실업대책이지요.은행 살리기 위한 50조원의 채권 발행도 실업대책의 일환입니다.

­노동자만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것도 틀린 얘기입니다.150만명이 넘는 실업자 가운데 100만명 이상은 중소기업 도산에 따른 것입니다.

기업가는 재산을 날렸고 채권자 때문에 도망다니고 있습니다.해체직전에 있는 대기업도 10개가 넘습니다.중산층도 부동산 가격과 주가하락으로 재산상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특정 계층 뿐 아니라 모든 계층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내년 실업 전망을 어떻습니까.

▲여러가지 상황 전개에 따라 다르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입니다.다만 내년 중반을 고비로 실업률이 떨어져 내년 하반기가 올해 하반기보다는 나을 것입니다.<정리=白汶一 기자 mip@seoul.co.kr>
1998-08-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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