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재미’라니… ‘두려움’의 시대지(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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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13 00:00
입력 1998-07-13 00:00
이설움 저설움 해도 굶는 설움만큼 큰것은 없다고 한다. 그말을 뒤집으면 이재미 저재미 해도 먹는 재미만큼 큰것도 없다는 것으로 된다.먹는다는건 목숨부지하는 일이면서 기쁨이기도 한 터.남녀관계나 먹는일에 기쁨과 충족감을 곁들여놓은데 섭리의 뜻이 있다고 하겠다.

“그래,잘먹고 잘살아라”하고 등돌리며 게정피우듯이 사람들은 잘먹고 잘 마시는걸 잘사는 일로 생각했다.조금만 흔전해져도 맛있고 신기한것을 어떻게 남보다 더 즐겁게 배불리 먹을까하면서.그래서 네로의 잔칫상에는 공작혓바닥 요리도 올랐던 모양이다.또 그래서 서진(西晋)무제(武帝)때 정승 何曾은 날마다 음식마련에 만냥을 쓰면서도 “먹을만한게 없다”면서 불뚱이냈던 모양이다.

이 하증의 일에 대해서는 徐居正도 그의 <필원잡기>에서 洪允成의 호강을 그에 빗대면서 언급한다.다알고 있듯이 홍윤성은 수양대군(首陽大君)을 도와 金宗瑞를 없애는데 공을 세움으로써 정난공신(靖難功臣)이 되었던 사람.<필원잡기>는 이렇게 표현한다.“그는 날마다 귀빈을 초대하여 연회를 베푸는데 그 비용이 만전(萬錢)에 이르렀으니 비록 하증이라해도 이를 따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홍윤성은 주량도 엄청났다.고래같이 마신다하여 세조(世祖)가 ‘경음당’(鯨飮堂)이라는 별호를 지어주며 도장까지 새겨 하사했다니 말이다.

한편 <지봉유설>(性行部)은 朴元宗과 鄭士龍의 음식사치에 대해 마뜩찮은 눈길을 보낸다.중종반정(中宗反正)으로 수상의 자리에 오른 박원종은 밤낮없이 먹고마시며 풍악을 즐기다가 젊은나이에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정사룡이 평생 음식사치를 즐긴것은 “젊은날 박원종이 하던일을 보고서 그를 사모하여 본받은 때문”이라는것이 이수광의 비아냥. 그는 “근대에 부귀한 사람으로 그의 사치를 따를사람이 없다”고 못박는다.

그같은 먹는재미 즐기는 음식사치는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얘기로 되고 있는 세상이다.온갖 공해문제에 생각이 미칠때 산해진미 아닌 일상음식까지도 무엇하나 마음놓고 먹을수 없는것이 현실 아닌가.암으로 죽는사람이 많아지는 것도 알게모르게 먹는 ‘음식=독성’에 말미암은 것.반드시 컵라면 그릇의환경호르몬이나 포르말린 통조림에 그치는일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있다.먹는 재미 몰아낸 먹는 두려움의 음식사치(死致)시대.공멸(共滅)의 길을 재촉하는 흐름이로구나.<칼럼니스트>
1998-07-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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