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토론’ 주류는 실직·퇴출…/金相淵 사회팀 기자(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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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03 00:00
입력 1998-07-03 00:00
서울에서 15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金明振씨(61·관악구 신림동). 밤늦게 택시를 타는 승객들은 남녀할 것 없이 실직 얘기를 꺼낸다고 말한다. 실직자들을 태워 주는 일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金씨는 “밤에 술에 취해 타는 손님들은 으레 정리해고나 퇴출을 화제로 삼는다”면서 “그들을 위로해주는 일이 일과처럼 됐다”고 말했다.
실직을 대화의 소재로 삼는 승객들은 몇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실직한 당사자들이다. 술에 흠뻑 취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대개 번듯한 양복 차림에 30∼40대로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이라고 말할 때는 金씨도 목이 멘다. 실직한 날 택시를 탄 사람도 자주 있다. 金씨는 “오늘 일자리를 잃었는데 택시 타는 것도 마지막”이라던 한 승객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가슴 아파했다.
다음은 부하직원이나 동료를 떠나보낸 사람들. 해고된 사람들에게 위로주를 사고 택시를 탄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오늘 부하직원 둘을 내보냈다”고 말을 꺼낸 어떤 승객은 한참이나 서글프게 부하들의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다.
언제 실직될지 몰라 불안해하는 ‘안절부절형’도 많다. 이들은 “곧 구조조정을 한다는데 걱정이 돼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부부가 함께 해고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고 “여자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해고해도 되느냐”고 애꿎은 金씨에게 ‘항변’하는 여성 승객을 만난 일도 있었다.
잠시 탔다가 내리는 사람들이지만 힘 내라는 말로만 위로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는 金씨는 “그들 앞에서 손님이 적어 수입이 절반이나 줄었다는 얘기는 꺼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1998-07-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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