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고삐 죄라/盧成泰 한화경제연구원장(서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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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7-01 00:00
입력 1998-07-01 00:00
최근 핵실험을 마친 인도에서는 그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서 과거 우리의 국군의 날 비슷한 행사를 개최하였다. 총리와 내외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큰 광장에서 군인들의 씩씩한 도보행진이 있었고 뒤이어 새로 개발된 무기들이 함께 행진을 하는 것이 식순이었다. 자동소총·대포·탱크·미사일 등 성능이나 위력이 낮은 것에서 높은 순서로 등장하고 있었는데 제일 마지막에는 최신예 수입무기라는 소개와 함께 신사복 차림의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아니,저 양반은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 아니오?”라고 총리가 의아해하자 국방장관은 “그럼요,핵무기보다 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가진 게 IMF이니까요. 태국·한국·인도네시아를 보십시오”라고 자신있게 설명하였다.
대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속하게 제공하면서도 IMF가 외환위기에 몰린 국가들의 경제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혁 늦을수록 고통 수반
그 첫째는 IMF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험에서 본다면 외환위기와 경제위기는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발생한 것인데,IMF는 바로 이 분야에 관한 최고의 권위있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IMF는 정부와 함께 금융개혁을 집중적으로 추진했어야 하는데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온갖 구조적인 문제까지 파헤쳐가며 감 놓아라,배 놓아라 간섭함으로써 개혁의 에너지를 분산시킨 결과를 초래하였다.
○고금리로 산업기반 ‘흔들’
가장 먼저 추진되었어야 할 금융개혁이 지금처럼 늦어지면서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둘째로 본연의 임무와 관련되는 외환·금융분야에 있어서도 IMF는 외자유치와 유출방지 만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국내의 신용경색과 고금리는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결과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제대로 시작되기 전에 국내 산업의 기반은 흔들리고 있으며 실업자 수는 15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1분기의 성장률은 -3.8%로 급락하였고 한가닥 희망이랄 수 있었던 수출마저도 이제는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어서 우리 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금리를 아무리 높여 놓더라도 산업기반이 붕괴될 위험에 있는 경제라면 외국인 투자가는 결코 발을 들여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IMF의 구제금융이 헛되지 않게 우리 경제를 살려나가기 위해서 정부와 IMF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금융개혁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5개 부실은행을 퇴출시킨 것은 중요한 금융개혁의 한 과정이다. 그러나 은행의 퇴출판정에 있어서 금감위가 7개 은행에 대하여 조건부 승인을 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조치다. 이만큼 오래 끌어왔다면 이제는 승인 아니면 퇴출이라는 분명한 결론을 내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불안감과 경색상태는 더욱 연장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승인퇴출 태도 분명히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 해외신인도도 높아지고 금융경색도 완화될 수 있어 기업부문의 개혁은 더욱 순탄해지며 국민들의 고통도 훨씬 줄어든다. 그다음 순서로서 정부는 공기업과 관료조직의 개혁에 전념하고,금융기관은 기업개혁을 책임지고 맡아간다면 IMF를 졸업하는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1998-07-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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