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바꾸기/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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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6-29 00:00
입력 1998-06-29 00:00
초등학교 학생들이 담임선생님을 바꾸어 달라고 집단으로 교장에게 요구했다는 소식은 황당하다.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6학년 28명이 연명한 건의서를 통해 담임교사의 수업방식과 자질문제,체벌사례등을 들어 담임교체를 요구했고 학부모 대표 4명도 학교를 방문해 같은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학생과 교사,학교와 학부모 사이가 이토록 삭막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싶기도 하지만 담임을 바꾸어 달라는 이유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선생님이 서예시간에 학생들의 손에 먹물이 많이 묻었다는 이유로 체벌을 가했다”“선생님이 뇌물을 좋아해 부모가 전기 청소기와 냉장고를 학급에 기증한 학생만 편애한다”“한 학부모가 교장에게 전화로 성적을 문의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한번만 더 학부형이 교장실로 전화를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실험시간에 한 학생이 비커를 깼다는 이유로 ‘물어내라’며 실험실 바닥에 꿇어앉혔다”“한 학생에게 ‘목욕 좀 자주 하라’며 공개적으로 구박했다”는 것 등이 학생들이 건의서에서 주장한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교사는 “서예시간에 학생들이 먹물로 장난을 쳐 지휘봉으로 손바닥을 때린 사실은 있지만 나머지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다.서울시 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니 정확한 사실이 곧 밝혀질 것이다.그러나 학생들이 건의서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을 이유로 학생이 담임을 바꾸어달라고 요구하고 학부모들이 동조할 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학생들이 교사를 불신임하는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학부모와 학교측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없었는지 안타깝다. 해당교사가 60대를 바라보는 연배라는 점에서 이 사태에는 세대간의 문제가 개입해 있지 않나 싶다.집에서 왕자나 공주처럼 자라는 요즘 아이들에게 해당교사는 구식의 깐깐한 어른 노릇을 하고 젊은 학부모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교권이 무너질때 교육도 무너진다.초등학생들이 인기투표하는 식으로 교사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떤 교사도 소신있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교육의 위기를 보여준다.교사의 자질향상과 함께 교권도 확립되어야 한다.
1998-06-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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