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소유 대형은행 정부 “막을 이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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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6-11 00:00
입력 1998-06-11 00:00
재벌소유의 대형 은행 출현이 가능할까.
金宇中 대우그룹 회장이 국내 대그룹과 외국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형식의 국제 합작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재정경제부는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10일 “자본금 6조에 여신규모가 10조원 이상이 되는 은행이 출현하면 현재의 금융경색(梗塞)이 해소될 텐데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사금고(私金庫)화는 동일인 여신한도 등 법제정비와 금융감독의 강화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재경부는 현재로선 재벌들이 대형 은행을 세우는 것은 막지 않겠지만 설립 요건은 확실히 충족시켜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차입금으로 은행을 인수하거나 세우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재벌이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주주구성과 주식인수자금 등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주식소유한도 규정도 지켜야 한다.
현행 은행법상 재벌의 1인당 소유한도는 4%.4%∼10%까지는 금융감독위원회 신고사항이고,그 이상 소유는 금감위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둘다 외국인이 소유한 지분만큼만 허용된다.삼성과 대우,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한미은행의 지분을 공히 18.56% 보유하고 있는 게 좋은 예다.다른 은행을 인수·합병할 경우에도 앞의 요건은 그대로 적용된다.어떤 경우든 자금이 금융기관 차입금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金 회장이 말한대로 삼성 대우 현대 LG 등 4개 그룹이 5억달러씩 20억달러,외국은행이 20억달러를 출자해서 은행을 새로 세우거나 서울·제일은행을 인수한다고 할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 조건이다.불황과 구조조정 등으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재벌들이 금융권의 차입말고 어디서 5억달러를 조달하겠는가 라고 재경부 관계자는 반문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벌의 은행소유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국민정서를 설득하는 일이 더 큰 숙제”라고 말했다.<朴希駿 기자 pnb@seoul.co.kr>
1998-06-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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