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 걸림돌 제거해야(崔澤滿 경제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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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6-11 00:00
입력 1998-06-11 00:00
먼저 재벌그룹은 정부가 부실기업정리를 자율에 맏기자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해 부실계열사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고 정작 시급한 재무구조개선과 회계의 투명성제고 등 구조조정은 소홀히 하고 있다.재벌들은 지난 4월부터 계열사간 상호지급 보증이 금지된 이후 유상증자방법을 동원,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다.재벌들은 주가폭락으로 유상증자가 여의치 않자 우량계열사에게 시가보다 비싼 값에 주식을 떠넘기는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
○재벌·금융 구조조정 지지부진
재벌그룹 계열사 금융기관은 부실계열사에 싼 이자로 대출을 하거나 채무상환능력을 상실한 계열사의 부채를 지급보증한 계열사가 아예 떠안는 사례마저 있다.국내 최대 재벌은 우량계열사의 빌딩을 다른 계열사에 장부가격(싼가격)으로 넘기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기로 하자 중단하기도 했다.
개혁의지가 없는 것은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정부가 부실기업을 정리하라고 하자 자본을 잠식해 곧 부도가 날 3∼4개 기업을 선정, 정부에 보고했다가 재선정 지시를 받을 정도다.금융기관 자체 구조조정 역시 지지부진하다.연일 은행간 통·폐합설이 나돌고 있지만 하루가 지나면 달라진다.합병을 한다면서 서로 주도권을 잡거나 기득권을 챙기려는 바람에 물밑접촉마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또 은행들은 합병에 대비,인력을 감축하면서 일반 기업에 비해 과다한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도덕적 해이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제개혁을 성공시키려면 먼저 걸림돌을 제거하고 그 이후부터는 계획을 강력하고 빠르게 진행시켜야 한다.세계적인 경제석학 밀턴 프리드먼은 대통령이 선거 때 국민에게 공약한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려면 개혁의 걸림돌(기득점층의 저항)이 나타나기 전인 취임초 개혁에 착수하라고 권고하고 있다.프리드먼은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영국의 대처 전 총리,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이 선거전 많은 공약을 내놓았으나 이들 세 지도자 가운데 대처 전 총리만이 개혁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대처 전 총리는 개혁을 강력하고 빠르게 밀고 나감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국가들의 사례를 보아도 구조개혁은 빠를수록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멕시코와 아르헨티나는 94년 말 이후 외환위기를 겪었다.이들 국가는 즉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 위기를 조기에 수습했다.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등은 구조개혁이 늦어져 경제회복을 지연시킨 사례로 꼽히고 있다.이들 국가는 복지국가로서의 전통이 강해 경제회복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사회보장제도 개혁·재정적자 축소 등 구조개혁이 용이하지 않았던 것이다.칠레는 외환위기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80년대 중반이후 개혁의 강도를 높여 성공한 케이스다.
○개혁 오래 끌면 국민부담 가중
개혁기간이 오래 걸리면 국민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그러므로 정부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계획을 부추기는 것 못지 않게 개혁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기업의 부당한 내부거래는 철저히 가려내어 응징하고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도 바로잡는 등 개혁를 가로막는 걸림돌 제거에 힘써야 할 것이다.
1998-06-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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