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買春 처벌/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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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5-02 00:00
입력 1998-05-02 00:00
‘매춘과 인권’이라는 주제의 국제회의가 지난 93년 벨기에에서 열린 바 있다.이 회의에서는 “안전하고 색다른 섹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깨끗한’ 어린이를 파는 섹스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잇달아 발표됐다.한 보고서는 어린이 매춘이 후진국일수록 심하고 그 고객은 에이즈 감염을 두려워하는 유럽과 일본·대만 등지의 사업가들이라고 밝혔다.

이 더러운 흐름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홍등가의 ‘과부촌’이란 상호가 더이상 손님을 끌지 못한지 오래고 이제는 18세 이상을 지칭하는 ‘영계’의 인기도 시들해져 17세 미만의 ‘풋살구’라야 대접받는 형편이란다.

검찰이 미성년자와 윤락행위를 한 사람을 엄벌에 처하기로 했다.징역형과 함께 신분이 노출되는 사회봉사명령을 구형해 공개망신 시킨다는 것이다.특히 13세 미만의 어린이와 윤락행위를 한 사람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를 적용해 모두 구속기소하고 3년 이상의 징역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성년자 윤락행위 단속이 업주 처벌에만 치중해 근절되지 않았다고 판단,공급자와 함께 수요자도 처벌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윤락행위에 쌍벌(雙罰)죄를 적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오래전에 법규정도 마련됐다.그동안 사문화(死文化)되다시피 했던 법규정이 이제야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처벌 의지 표명으로 미성년자 윤락행위가 얼마나 뿌리뽑힐지 의문이다.윤락행위방지법은 지난 61년 제정된 후 지난 88년 朴英淑 당시 평민당 의원의 문제제기로 쌍벌죄 도입이 논의됐다가 신중론에 밀려 원점으로 회귀했다.94년 다시 법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96년에야 개정안이 발효됐다.법 개정 과정에서 “하루 저녁 외박했다고 남성들을 전부 전과자로 만들거냐”는 남성들의 비난전화가 빗발쳐 처벌규정이 완화되기도 했다.

이런 우리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검찰의 이번 방침이 그냥 엄포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윤락행위를 ‘남성의 하룻밤 실수’로 용인하는 잘못된 의식을 고치려면 지속적이고 철저한 법 시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더욱이 딸같은 어린이를 탐하는 성도착(性倒錯)은 청소년의 미래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기필코 뿌리 뽑아야 한다.
1998-05-0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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