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 빈치展 1만5천원/미술전시 고액 관람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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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4-23 00:00
입력 1998-04-23 00:00
◎‘실정 무시한 파격’ ‘내용 충실하면 차별화’ 팽팽히 맞서

봄 미술계에 미술 전시 관람료를 놓고 때아닌 논쟁이 일고 있다.이는 지난 21일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개막된 ‘레오나르도 다 빈치’전시 관람료 1만5천원이 비싸다는 비난과 전시문화 정착을 위한 불가피한 관람료 인상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현재 화랑가에서 시비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작품가 인하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관람료 1만5천원은 현행 국내 미술관의 해외 기획전 관람료에 비해 3배정도 비싼 수준.국내 미술 전시회중 유례가 없는 최고의 관람료로 기록되게 됐다.

특히 이번 전시 관람료 문제는 어려운 국내 미술시장을 감안할 때 지나치다는 측과 바람직한 전시문화의 정착 측면에서 내용만 충실하다면 관람료 인상도 고려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어 주목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전은 독일의 국제문화교류위원회(IKA)가 세계순회전시로 기획한 것을 제일기획이 한국에 유치한 것.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품 유화 3점과 소묘 1점·조각 1점이 들어있다는 점이 관심의 대상이 돼온 전시다.제일기획측이 주장하는 총 예산만도 14억원이며 실제로는 20억원 정도라는 관측도 있다.

제일기획은 “환율인상으로 입장료가 비싸지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종합적인 사고가 국내의 어려운 상황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시를 강행했다“고 설명했다.이에대해 미술인들은 “관람료만 놓고 볼 때 외국 미술관 관람료에 비해 비싸지 않은 편”이라는 반응과 “흥행을 노린 1회성 이벤트로 국내 전시문화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견해를 엇갈리게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측은 “전시도 공연처럼 유료관람객이 더욱 진지한 관람자세를 보인다는 측면에서 우리 전시문화도 충실한 내용을 전제로 관람료 등을 차별화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입장.이에대해 반대측은 현 실정을 감안할 때 형평성을 크게 벗어난 파격으로 재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반대론자들은 그동안 떠들썩했던 해외 유명작가전이 실속없는 전시에 그친 적이 많다면서 이번전시내용도 관람료에 비해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견해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관심을 끌며 열린 해외작가전인 ‘피카소전’(예술의전당)과 ‘호앙 미로전’(금호미술관)‘다빈치에서 문명으로전’(성곡미술관) 입장료가 모두 4천∼6천원선임을 볼 때 이번 관람료는 관람자들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국립현대미술관측이 내년부터 기획전 관람료를 유료로 한다는 계획아래 책정한 관람료 수준도 3천∼5천원선이다.

권상릉 한국화랑협회회장은 “해외작가 전시유치를 규제할 수 없는 사정상 관람료 자체보다는 전시내용을 문제삼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국내에 유치된 전시회들이 관람객들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에 미흡했던 만큼 미술관과 기획주체들이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金聖昊 기자>
1998-04-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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