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역사 Ⅰ·Ⅱ/앨리스 터너 지음(화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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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8-04-07 00:00
입력 1998-04-07 00:00
◎지옥의 이미지와 관념의 변천양상

천국이 정신적이라면 지옥은 기이할 정도로 육감적이다. 창조적인 사람들 특히 화가와 시인들은 지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기괴한 상상,귀스타브 도레의 음울한 환상,윌리엄 블레이크가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과 시….이 책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의 심층에 자리잡고 있는 지옥의 이미지와 지옥관념의 변천양상을 살핀다.

수메르에서 고대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지옥은 그저 죽은 자들이 머무르는 지하의 어두운 장소일 뿐,특별히 죄인을 처벌하는 곳이라는 개념은 없었다.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도 죄 지은 자가 사후에 처벌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그러나 기원전 5세기에 이르면 핀다로스는 악한 자들이 지옥에서 끔찍한 노역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플라톤은 ‘고르기아스’에서 지하세계의 심판관을 열거하고,‘파이돈’에서는 생전에 지은 죄의 무게에 따라 각각 다른 시련을 겪는 영혼의 운명을 묘사했다.또 헬레니즘 시대에 널리 퍼진 신비주의 신앙은 초기 기독교의 지옥관에 영향을 미쳤다.교회가 지배하던 중세는 ‘지옥의 전성기’였다.중세의 지옥은 이단을 박해하고 억압적 지배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도구였다.그러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후 사람들은 지옥을 하나의 실재로 생각하는 전통적 지옥관을 거부했다.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지옥을 “당신의 하녀나 재단사가 믿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한편 괴테·블레이크·바이런·보들레르·랭보·멜빌 등 낭만주의 문학가들은 지옥에 관한 흥미로운 태도를 보여줬다.그들은 악을 기피하거나 죄악시하지 않았다.그들에게 지옥은 사회의 도덕·관습을 이탈하고 삶의 한계를 뛰어넘는 즐겁고 위악스런 도피처였다.현세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지옥,그 은유적 가치는 지금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이찬수 옮김 동연 전2권 각권9천원.
1998-04-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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