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의 ‘캉드쉬 발언’에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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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2-03 00:00
입력 1997-12-03 00:00
2일 상오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IMF협상결과 의결이 유보된 것은 우리가 처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편의 ‘단막극’이었다.
청와대측은 이날 새벽 임창렬 경제부총리로부터 “실무선에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연락을 받고 예정대로 상오 8시30분 국무위원과 비상경제대책자문위 연석회의를 소집했다.참석자들이 회의실인 본관 1층 세종실에 모여 있던 8시20분쯤 임부총리가 도착했다.임부총리는 회의실로 오지않고 2층 김영삼 대통령의 집무실로 갔다.김대통령과 임부총리가 함께 회의실로 들어온 시각은8시55분.회의 참석자들이 기다리는 35분사이에 ‘협상타결’이 ‘미타결’로바뀐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임부총리가 청와대 도착 직후 마지막으로 캉드쉬 IMF총재와 통화했으며 거기서 캉드쉬 총재가 새로운 이행조건을 들고 나와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그는 “캉드쉬 총재가 미국 등 IMF를 움직이는 주요국과 협의후 추가조건을 제시한 것 같다”고 말해 미국이 이번 기회를 이용,우리 금융 및 채권시장 개방을 앞당기려 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대통령은 연석회의에서 “임부총리가 다시 돌아가 협상을 더 해야한다”고 협상이 완료되지 않았음을 밝혔다.임부총리는 그간의 협상결과를 간략하게 보고한 뒤 ‘보안’을 당부했다.참석자에게 나눠준 유인물도 회수했다.임부총리는 성장률,물가,경상수지 적자 등 거시경제지표에 대한 합의는 이뤄졌음을 설명하고 금융기관 구조조정,채권시장 개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대통령과 임부총리가 퇴장한 뒤 고건 총리 주재로 정례국무회의가 계속돼 일반안건을 처리했다.
청와대측은 국무회의가 ‘해프닝성’으로 끝난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우리를 최대한 코너로 몰려는 IMF측의 협상전략에 분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우리측 사정이 워낙 급박해 지난달 30일부터 국무회의 소집을 준비해왔다”며 “협상이 끝나는대로 다시 국무회의를 소집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더욱 침통함을 느끼게 했다.<이목희 기자>
1997-1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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