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형 서적상 책이 안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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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10-15 00:00
입력 1997-10-15 00:00
소수의 전국 체인망이 미국의 서점을 독점하면서 매장 면적은 크게 늘었으나 중요한 도서판매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거기에 이같은 서점의 대형화 추세는 출판문화에 상당한 부작용을 빚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에게 흔한 개인이 구멍가게 식으로 꾸리는 서점 형태가 사라진지 오래인 미국에서는 얼마전까지 한 개인이 일정지역에 몇개의 서점망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형식이 흔했다.그러나 90년대들어 음식점,모텔,철물점,약국에 이어 서점이 전국 체인망 화하면서 전국 어느서나 똑같은 간판의 책방이 들어서게 됐다.전국 체인망 서점은 강한 개성의 독립서점들을 인구가 적어 장사가 별로인 한적한 곳으로 밀어내면서 치열한 상호경쟁을 통해 보더즈,반즈앤드 노블즈,크라운 등 단 서너개로 정예화되는 중이다.이같은 전국적 과점 현상과 함께 매장이 무지하게 넓은 슈퍼스토어 책방을 일반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90년대에 미국 서점의 총 매장면적은 3배 가깝게 커졌으나 도서판매 실적은 지난 3년동안 똑같은 것으로 집계된다.책을 팔고,책을 진열해 놓은 공간이 늘어났으면 도서구매 인구와 도서판매 또한 조금이라도 늘어나는게 자연적인 이치일텐데 이런 기대가 어그러진 것이다.종전의 독립 서점들이 대략 200평의 매장에 1만권 정도의 책을 진열하는데 비해 미국 책방의 전형으로 굳어가는 슈퍼서점들은 이 10배 정도의 면적에다 15만권 상당의 책들을 내놓고 있다.서점의 매장면적이 어느 선이상으로 커지면 책들은 오히려 ‘사라져 버리고’ 책 사러온 사람들은 책에 압도당해 볼만한 책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출판문화에 끼치는 부작용으로 이 전국 체인망 서점들은 팔리지 않은 책은 출판사에 돈을 주지 않고 그대로 반품처리하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슈퍼서점에 쌓인 책들은 결국 출판사가 공짜로 제공한 것으로 이들 서점은 돈들지 않고 초대형 책방 위세를 톡톡히 부리는데 이를 책의 ‘벽지’화라고 꼬집은 사람도 있다.반품율이 40%에 달함에 따라 출판사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하나같이 ‘베스트셀러’ 만들기 경쟁에 나서게 된다.<워싱턴=김재영 특파원>
1997-10-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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