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주부 혼자 유괴·살해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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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9-14 00:00
입력 1997-09-14 00:00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사건은 전현주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어졌다.하지만 임신 8개월의 주부가 혼자 범행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우선 전씨가 나리양을 사건 당일인 8월30일 우연히 강남 뉴코아백화점 앞에서 처음 만났다는 부분.돈을 뜯어내는 것이 목적인 유괴 범죄의 특성상 범인들은 거금을 마련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로 범행 대상을 점찍는다.때문에 사전에 대상 물색과 돈을 전달받을 장소·시간 등을 치밀하게 짜놓는 것이 상례다.하지만 전씨는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아무리 빚에 쪼들렸다 하더라도 곧 어머니가 될 주부가 처음본 남의 귀한 딸을 죄의식없이 단독으로 유괴해 목졸라 살해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전씨가 나리양이 다니는 H어학원까지 같이 가 1층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준뒤 나리양을 학원에 올려 보낸데 이어 10여분 뒤 자신도 직접 올라가 학원실장 이모씨 등을 만났다는 점도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신분을 노출시켜 몽타쥬를 작성하도록 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경찰은 이 때만해도 전씨가 박양을 유괴하려는 결심을 100% 굳히지는 못한 상태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가 나리양을 자신의 남편 사무실로 데리고 가면서 주변에 이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유인했다는 점도 궁금증을 일으킨다.
전씨는 “롯데월드에 놀러가자”며 나리양을 유인했다지만 똑똑한 것으로 소문난 나리양이 내내 의심않고 따라다닌 점도 석연치 않다.더욱이 전씨는 승용차도 아닌 버스,지하철,택시 등 대중 교통수단을 번갈아 타고 다녔다.
이 때문에 경찰은 나리양 가족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번 사건에 개입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김태균 기자>
1997-09-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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