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불 끄고 2차공방전 시작/채권단,기아 긴급지원 유보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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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8-05 00:00
입력 1997-08-05 00:00
◎“선경영진 퇴진·후정상화 구도 불변” 강경/유예기간 끝나기직전 3자인수 논의할듯

채권금융단이 기아그룹에 대해 김선홍 회장이 사표를 제출할 때까지 긴급자금지원을 유보키로 함에 따라 기아그룹은 2개월(9월 29일)간의 채권행사 유예기간에는 진로그룹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여겨진다.그러나 김회장이 채권행사 유예기간동안에도 끝내 사표를 내지 않을 경우 채권금융단이 택할 처리 방향은 진로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즉 진로의 경우 채권금융단은 제1차 대표자회의에서 채권행사 유예기간과 함께 장진호 회장의 주식포기각서를 징구하는 조건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했었다.장회장은 그러나 채권행사 유예기간동안에 주식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았으며 경영평가 결과 내년 9월까지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정상화할 수 있다는 신용평가회사의 조언을 받아들여 채권금융단이 주식포기각서를 내면 3백69억원의 자금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기아그룹에 대해 채권금융단이 보여주고 있는입장은 진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채권금융단은 제1차 대표자 회의에서부터 김회장 등 경영진의 사표를 먼저 확보하지 않고는 긴급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것이 그것이다.‘선 경영진 퇴진,후 정상화’라는 기본구도에 전혀 변함이 없다.

따라서 채권금융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 동안 김회장이 사표를 내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채권행사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진로와는 달리 김회장의 사표를 담보로 자금지원을 하지 않고 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부도유예협약의 규정에 의해 채권행사 유예기간이 끝나기 며칠전에 제2차 대표자 회의를 열어 15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매각대상으로 지정해 제3자 인수 문제를 본격 논의하는 절차를 밟을 공산이 크다.

물론 이같은 수순은 앞으로 이뤄질 신용평가회사의 경영평가 결과 자금지원없이는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이 내려지는 것이 전제될 경우다.

기아그룹도 이같은 ‘시나리오’를 의식해서인 지 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무조건적인 경영권포기각서(사표)는 절대로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겉으로는 김회장이 퇴진할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나 내심으론 정부와 채권금융단을 의심하며 기아자동차가 삼성으로 넘어가는 것을 봉쇄하기 위한 명분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제일은행을 비롯한 59개 채권금융단은 4일 열린 제1차 대표자 회의에서 김회장의 퇴진(이사 소유 주식담보 제공 포함)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긴급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는 점을 투표 결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기아정상화를 위한 선결과제로 김회장 퇴진의 불가피성을 재차 확인시켜 준 것이다.

따라서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에 이어 4일 속개된 회의가 우여곡절 끝에 끝남으로써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김회장의 퇴진에 대한 채권금융단의 압박의 강도는 조금도 약해진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채권금융단과 기아그룹간 제2단계 공방전이 시작된 것이다.<오승호 기자>
1997-08-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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