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세토론회 한승주 전 외무 주제발표
수정 1997-06-12 00:00
입력 1997-06-12 00:00
안보·통일정책연구회등 국회 통일·외교 분야 6개 국회의원연구단체는 11일 하오 국회의원회관에서 합동으로 「최근 북한정세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의 「남북관계와 한국의 외교」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정리한다.
향후의 남북관계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몇개의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우선 전면전,국지전,혹은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무력충돌이다.둘째는 제한된 정도의 관계개선만 이뤄지는,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의 현상유지이다.셋째 남북한간의 교섭에 돌파구가 열리고 통일을 향한 큰 진전이 이뤄지는 상태이다.넷째는 북한의 내부동요가 김정일체제의 붕괴와 다른 권력집단의 집권으로 이어지는 가능성이다.다섯째로는 남북한간 교류 증대,한국의 경제적 우세와 함께 북한의 체제급변을 수반하는 독일 통일방식의 현실화이다.이런 사태는 빨리 일어날 수도,또 몇 년의 시간을 두고 전개될 수도 있다.
이들 시나리오중 다섯번째 시나리오는 한반도의 상황이 독일과 유사하게 전개되는 것이다.이 마지막 시나리오가 앞서 언급한 5개의 시나리오중 한반도가 궁극적인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 될 것이다.그리고 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기도 하다.다만 이 시나리오에는 몇가지 조건이 붙는다.첫째,남북한간에 명백하고 뚜렷한 국력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이는 경제적으로 이미 이뤄진 상태이다.두번째 조건은 북한 자체내의 사회정치적 변화이다.북한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동원된 사회체제를 유지하는 한 북한정권은 자신의 국민들을 외부세계에 노출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외부인사,특히 남한인사들의 북한 접근을 원치 않을 것이다.마지막으로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포함한 주요 강국들의 협조와 지지가 필요하다.이 시나리오는 독일처럼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가운데 갑자기 현실화될 수도 있다.그 경우 우리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될 뿐 아니라 커다란 정치적,사회적 도전도 각오해야 될 것이다.때문에 이에 대비한 체계적이고 범국민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강·온 전략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그러나 그런 정책은 강과 온의 양단을 왕래하는 것보다는 둘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어야 한다.우리는 아직도 남북관계를 영합(zero sum)적 관계로만 파악하려고 하는 냉전적 사고의 분위기가 남아 있다.그러나 남북관계의 비영합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북한이 원하는 것이라 해서 그것이 꼭 북한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며,또 북한에게 유리하다 해서 우리에게 반드시 불리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주변국들의 한반도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많으나 그런 도덕적,감정적인 평가 이전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모든 나라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며 우리들이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은,각국의 이기적 정책을 우리에게 유리하고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고 대응하는 일이다.외교는 항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협상을 통해 상호이익의 합일점을 찾는 것이다.
1997-06-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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