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대우」 받는 미 대통령 딸/김수정 국제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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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5-06 00:00
입력 1997-05-06 00:00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무남독녀 첼시아양(17)이 오는 가을,서부의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한다.하버드·예일·프린스턴·브라운 등 내로라 하는 대학들로부터 입학허가서를 받아 올초부터 관심을 모은 그녀의 진로가 확정된 것이다.

92년 클린턴이 아칸소주 지사에서 백악관으로 입성할 당시 공립학교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이던 그녀는 고수머리에 치아교정보철기를 낀 장난기 넘치는 중학생이었다.최근엔 시드웰 프렌즈 고교 축구선수로 맹활약하는 모습도 간간이 소개됐다. 외신에 비친 미국 「대통령의 딸」은 항상 밝고 건강했다.

그녀가 입학원서를 낸 지난달 30일 스탠퍼드대학측은 『입학을 환영한다.하지만 보통학생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상류급 인사나 그 자녀들이 특정단체에 들어갈 때마다 이들 단체들이 심심찮게 밝혀왔던 논평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주목할 것은 거취가 이렇게 공개된 첼시아가 바로 아직도 청소년기인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이다.

첼시아의 스탠퍼드 입학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는 이땅의 전현직 대통령 자녀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떠올리게 된다. 요직인사의 자녀가 성인이 된 뒤 자신의 책임하에 저지르는 각종 범죄의 모태는 바로 그들이 그늘의 「황태자」「황녀」로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통령 자녀들의 근황을 『누구때문에 과외를 금지한다더라…』 『누구 때문에 단기 장교제도가 생겼다는군…』 『누구 때문에 어느 대학이 급성장했대…』 등의 소문과 얽힌 뒷소리로만 들어왔을 뿐이다.교육문제에 관한 한 지극히 민감한 우리 국민들의 속을 끓인 소문들이었다.

이 소문들의 진위를 가리자는게 아니다.대통령 자녀들의 건전하고 밝은 청소년기의 중요성,또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열린 대통령 가족」됨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이든,현 대통령이든 그들의 자녀를 「그늘의 황태자·황녀」로 키우는 일은 없어야겠다.

얼마전 거액 외화 밀반출을 기도해 한국을 망신시킨 전 대통령의 딸,히로뽕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동정받고 있는 또다른 전 대통령의 아들,그리고 현재 나라 전체를 기우뚱거리게 만든 대통령의 아들.그들은 모두 「그늘의 황태자·황녀」였기 때문이다.
1997-05-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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