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북한/김용상 연구위원(남풍북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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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4-28 00:00
입력 1997-04-28 00:00
남과 북이 대화하는걸 보고 있노라면 북쪽이 마치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4자회담 공동설명회 후속협의회가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것도 바로 그들의 이중성 때문이었다.
북한은 회담에 앞서 『4자회담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분위기를 잡았다.외교부 대변인은 관영 중앙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4자회담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 문제를 논의하자는 회담』이라며 『식량지원과 4자회담은 별개 문제』라고 천명했고 북한측 수석대표 김계관도 같은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 21일 뉴욕에서 열린 후속협의회에선 4자회담 개최문제는 뒷전에 팽개친 채 「선 식량지원」과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등 무리한 요구만을 거듭했다.겉으론 식량지원과 4자회담은 별개라고 떠벌리면서도 사실은 4자회담을 식량확보용 협상카드로 이용해 온 속내를 드러 낸 것이다.
한미 양국의 거부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당황한 저들은 이번엔 먼저 한미북이 좀 더 얘기를 나눈뒤 중국을 참여시키자는 소위 「3+1회담」이라는 희한한 새 카드를 내놓았다.어떻게든 3자 접촉을 통해 먼저 식량지원과 경제제재 완화 약속부터 받아내겠다는 속셈이 깔린 제안이다.
그럼에도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구휼부터 한 뒤에 회담을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진 않는 것 같다.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저들의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볼때 그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식량을 받고 나면 아예 딴소리를 하거나 마지 못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실질문제 협의 과정에서 애를 먹일게 뻔하기 때문이다.4자회담이 아무리 절실한 과제라해도 것을 이루는데만 급급해서는 안된다.
1997-04-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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