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건강이 으뜸이라 했는데(박갑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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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2-26 00:00
입력 1997-02-26 00:00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건강 나쁜건 온지구촌이 알고있다.그것도 냉전시대와는 달라진 점.심장수술한 뒤끝이 쉬이 거뜬해지지는 않는듯하다.

이를두고 정계의 반대파에서는 물러나라고 소리높여 온다.개인의 건강으로만 따지자면 아예 대통령출마부터 안했어야 옳다.특히 옐치나부인으로서는 그무엇보다 남편의 건강이 더 소중한터.그래서 물러나라고 강하게 「압력」을 넣는 모양이다.하지만 옐친대통령은 여자가 간여할 일이 아니라며 고개를 절레절레.러시아에는 여성을 낮보면서 『머리칼은 길지만 지혜는 짧다』 따위 속담이 전해 내려온다던데 그런 너스래미일까.

제정러시아의 우화시인 I A 크릴로프 작품에 「연」이 있다.구름까지 올라간 연이 땅위를 맴도는 나비한테 『내가 부럽지』하며 뻐긴다.『천만에』가 나비의 대답.『당신은 비록 높은데 있지만 실에 매인몸.행복과는 먼거죠.나는 낮은델 날아다녀도 좋아하는 곳이면 어디건 갈수 있어요』.남보기에 위세좋은 자리보다 자유가 소중하다는걸 일깨운다.옐치나부인은 이「나비의 자유」가 병도 다스린다생각한 것이리라.

남의 일에 감놔라 배놔라 나달거릴일은 아니다.그렇긴해도 더러 텔레비전화면에 걸음걸이도 불편해뵈는 그의 모습이 비칠때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냉전시대를 마감하는데 구실한바 큰사람이라서인지.그는 자신이 해야할일은 남아있다고 생각하면서 쓰러지는 날까지 나라와 겨레위해 몸바치겠다는걸까.아니면 단순한 집권욕 때문에 부인의 알심있는 말을 뭉개는 걸까.그러는 그를 보면서는 『성공자는 물러날때를 알아야한다』는 동양의 지혜를 떠올려보게도 된다.

이말은「사기」(범여채택열전)·「전국책」(진) 등에 보인다.채택이란 사람이 진나라재상 범수에게 했던 말이다.『진나라 상앙이나 백기,초의 오기,월의 종 등은 공적을 이루고도 물러나지 않았기에 재앙이 미쳤습니다』.그에 비긴다면 월나라 범여는 때맞춰 물러날줄을 알았기에 유유자적 천수를 다할수 있었다는 것이 채택의 말이었다.이말을 들은 범수는 막강했던 자리를 채택에게 물린다.

권좌란 현명한 사람의 눈도 더러 가리는 수가 있다.갈개발 날리며 솟아오른 연의기분에 취해있을때가 더욱 그렇다.세상일이란 건강 있은 다음이라고 말들은 해오더라만.〈칼럼니스트〉
1997-02-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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