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씨 신작시집 「귀로 웃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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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2-06 00:00
입력 1997-02-06 00:00
◎한편 한편 넉넉한 「익살과 여유」/잡티없는 자연속 담백한 수묵화 한폭

시인 임영조씨(52)의 신작시집 「귀로 웃는 집」(창작과비평사)은 삶과 문학이 어우러져 한폭의 담백한 수묵화처럼 상쾌하다.

지난 70년 등단한 뒤 27년만에 이번 네번째 시집을 묶을 정도로 임씨는 붓을 아껴왔다.그토록 오래 걸러낸 덕에 어떤 작품을 펼쳐도 시인 평생의 조심스럽고도 소박한 기품이 말갛게 들여다보인다.

철철이 되풀이하는 산행,갖가지 곤충과 화초,평해의 달과 가을숲 등 잡티없는 자연에서 노랫감을 구하면서도 시인은 늘 이를 통해 삶과 문학의 이치로 되돌아온다.

〈늦가을 탱자나무 가지에/해탈하듯 허물을 벗어 걸고/어디론가 잠적한 은자/그가 남긴 구각을 들여다보면/비로소 햇빛 본 유고집 같다/…/한평생 집 한칸 없이/세속을 멀리하고 숲속에 숨어/…/온 몸을 쥐어짜며 시를 읊었다/…/그리하여 이 가을 홀연/장정이 투명하고 광나는/시집 한 권 남기고 갔다/아무도 모르게 열반에 들 듯.〉(「매미 껍질」중)



〈사람이 그리운 날/사람을 멀리하고 산에 오른다/…/그러고 보니 어느새 나도/사람 벗은 한 마리 나비였구나/어느 경전 위에 앉아도 두렵지 않은…/뻐꾹새가 불현듯/내 마음 빈터로 날아들어/뻐꾹뻐꾹 뻑뻐꾹 방점을 찍는다/이제 그만 환속하라고?〉(「봄 산행」중)

사람과 자연,성과 속이 혼연히 삼투하는 그윽한 경지를 보여주는 그의 시집은 느긋한 익살과 여유로운 관조로 페이지마다 넉넉하다.<손정숙 기자>
1997-02-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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