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노력 과시… 국면전환 시도/민노총 TV토론 수용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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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1-18 00:00
입력 1997-01-18 00:00
민주노총의 권영길 위원장이 17일 정부·여당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달기는 했으나 TV생중계 토론을 제의한 것은 국면전환을 겨냥한 고도의 전술로 풀이된다.
한국노총이 16일부터 사실상 총파업대열에서 한발 비켜서고,민주노총 산하 주요공공부문사업장도 이날부터 조업이 정상화된 상황에서 일부 제조업노조의 파업만으로 총파업국면을 지속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TV토론을 제의한 이홍구 신한국당대표를 걸고 넘어지는 방식으로 TV생방송 토론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관측된다.여권이 토론자의 「법적인 성격」과 위상 등을 들어 TV토론을 거부하더라도 자신들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또 『대화를 거부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친 것도 부담이었다』는 민주노총 관계자의 말처럼 강경일변도의 전략만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도 전술변화의 요인이 된 듯하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명동성당에 대한 공권력 투입시기를 18일 새벽으로 보고 지연전술의 일환으로 TV토론을 제의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여권이 사법처리대상자를 상대로 하는 대화를 거부한 이상 민주노총이 동원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사법처리대상이 더이상 확대되기 전에 민주노총이 18일 대규모집회를 끝으로 파업국면을 종결시키고 지도부가 수사기관에 자진출두할 것이라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돌고 있다.대신 한국노총과 마찬가지로 노동법투쟁을 단위사업장별 춘계임금투쟁으로 연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우득정 기자>
1997-01-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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