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되고 있는 파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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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1-12 00:00
입력 1997-01-12 00:00
지난 연말부터 민주노총이 주도해온 최근의 총파업은 이미 노동운동의 단계를 벗어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개정노동법이 고용불안을 증대시킨다는 차원의 불만이 아니라 기존의 우리 체제를 뒤집어엎겠다는 속셈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법외단체인 민주노총의 권영길 위원장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의 총파업은 단순한 노동법투쟁이 아니라 새로운 제도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투쟁이라고 규정했다.또 총파업의 목적은 매판자본·관벌·언벌 중심의 껍데기 민주주의제도를 청소하는 것이 첫번째이고 이를 바탕으로 민중중심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것이 두번째라고 설명했다.총파업은 1천2백만 노동자중심의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한 출발이라는 것이다.우리는 이같은 발언에 아연실색하지 않을수 없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망언인가.우리 체제를 전면부정하고,세계적으로 그 종주국까지 다 포기해버린 낡아빠진 사회주의를 이 땅에 새롭게 건설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기가 막혀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물론 우리 체제에는 재벌이나 관료·언론뿐이 아니고 곳곳에 고치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개선하는 방식은 합리적이고 보편적 가치관에 의한 것이어야지,노동자중심의 새로운 계급사회를 건설하겠다는 방식이어서는 결코 안된다.총파업에 참여한 수많은 근로자가 권위원장의 이같은 시대착오적인 목표에 맹목으로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사회주의는 그들이 주장하던 물질의 풍요는커녕 정신적 낙원도 실현하지 못했다.때문에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스스로 무너졌다.북한과 쿠바만이 백성의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채 이단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민주노총은 세계사의 흐름을 역류시키려는 망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 바란다.
1997-01-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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