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르딘<미 공공정책연 선임연구원> 저서「…자유」서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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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7-01-10 00:00
입력 1997-01-10 00:00
◎미국,신생 민주국가 체제정착 도와줘야

냉전이후 미국의 전통적 고립주의 외교노선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AEI)의 마이클 르딘 선임연구원은 최근 「배반당한 자유」라는 제목의 저서를 통해 새로 탄생한 민주국가들의 체제전환 작업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과 개입을 역설했다.저서의 요지를 소개한다.

지난 20여년간은 제2의 민주혁명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구상에 민주혁명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옛 미국혁명 사상에 고취되고 미군사력과 민주지도자들의 뛰어난 세대에 선도돼 혁명은 세계를 휩쓸었던 것이다.유럽,아시아,라틴아메리카,그리고 아프리카의 숱한 반민주 정권이 무너졌다.

이에 영향받아 미국 의회마저 크게 변했다.정부기관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인류의 근본문제를 푸는데 적절하다는 국가지상주의적 사고가 공격받기 시작했으며 놀라울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압제적인 중앙정부의 힘이 축소되었다.소련 대제국이 붕괴되자 조만간 세계 모든 곳에서 민주주의가 승리하며 우리 아이들은 우리 자신이 품어온 최고의 이상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 것이라고 기대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가 중히 여겨온 가치관이 세계를 휩쓴 바로 이 90년대들어 미국의 대통령들은 이 민주혁명을 배반하고 미국의 역사적 사명을 유기한 채 전제적 폭정이 다시 힘을 얻어 지난날의 나쁜 전횡을 부리도록 방관해 왔다.얼마 전에 분명 타도되어 버린 것으로 여겨졌던 민주주의의 적들이 옛 소련제국의 많은 곳에서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공산주의 테러를 자행했던 인물들이 민주 인사라는 새 갑옷을 걸치고 권력자로 다시 올라선 경우도 여럿 된다.

그런데도 미국은 미적거리기만 한다.이것은 또 처음이 아니다.금세기에서만 미국은 두번이나 민주주의의 적들에 대한 섬멸전을 성공적으로 주도하고도 비극적이게도 평화정착의 호기를 망쳐버렸다.미국은 가끔씩만 세계사에 깊숙히 관여했을 뿐이며 그런 대사에 끼어드는 것을 미국이 별로 마음내켜 하지 않은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독일 U보트의 기뢰공격을 받고서야 1차대전에 참여했으며 일본의기습폭격에 의해서 2차대전에 끌려들었다.40년대말에도 스탈린의 왕성한 정복욕에 간신히 미국은 전후의 잠에서 깨어났다.

이렇게 다른 나라 사람들과 따로 떨어져있고자 하는 한편으로 이중적,정신분열적이게도 미국은 그들에게 미국 혁명의 가치관을 설교해 왔다.미국은 바깥 세계의 일부가 되는 걸 원하지 않으나 그 세계를 변화시키고,민주화하고,보다 미국처럼 만들기를 원하는 것이다.



제2의 민주혁명은 공산주의를 패배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훨씬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즉 모든 형태의 폭정에 대한 전세계적 대운동인 것이다.공산주의의 종언은 미국의 가치에 고취되고 세계의 여러 민주 지도자에 영도된 지구적 혁명의 한 모멘트(아마 가장 중요한)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소련 제국의 몰락과 공산주의의 종말을 경제적 관점으로 설명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경제체제가 실패하자 따라서 제국이 붕괴했다는 말은 설명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왜냐하면 소련 체제는 처음부터 실패작이었기 때문이다.80년대들어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다.언제나 실패한 상태였다.또 칠레,체코,필리핀 등을 보더라도 민주혁명기에 무너진 전제정권은 경제적 위기에 희생된 것은 아니다.

소련이 망했다고 해서 미국의 임무가 끝난 것은 아니다.새롭게 자유국가가 된 나라들이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구축하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이 국가들이 이 두 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과업인데 이들이 성공하는냐의 여부에 미국의 커다란 이해가 걸려있다.만약 이들이 실패한다면 민주주의 미래 그리고 이에 따른 미국의 장기적 국가안보가 받을 타격은 막심하다.그들이 미국의 도움으로 성공한다면 장래 세대들은 미국을 선망하고 찬양해 마지 않을 것이다.<정리=김재영 워싱턴특파원>
1997-01-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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