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집단의 희생자들/이만홍(전문의 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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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6-12-19 00:00
입력 1996-12-19 00:00
사교집단은 모두 같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착취하는 사람과 착취를 당하는 사람의 계층이 극명하게 구분이 되어 있다.이 두 부류 사람들의 인격은 정신의학적으로 볼때 전혀 다른 정신병리를 보인다.교주와 주변 핵심인물은 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특성을 갖고 있는 반면 일반 추종자들은 매우 불안정하고 의존적인 인격장애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착취하는 계층은 매우 냉철하면서도 극히 현실적인 계산하에 고의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데 비해 착취를 당하는 사람들은 매우 비현실적이고도 정서적인 결함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빨려들어간다.

교주의 비양심적인 2중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엄청난 피해와 희생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교주를 감싸고 도는 신도들을 보는 심정은 안타깝기만 하다.

정신분석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누구나 「이상화 부모상(idealized parent image)」이 있어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이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특히 어린 시절 부모로인하여 심각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일수록 이에 대한 소망이 간절해 누군가 그런 기대를 허구적으로나마 충족시켜 준다고 믿게되면 목숨까지도 바쳐가면서 따르게 된다.그들은 살아가면서 메마르고 무관심한 사회와 기성종교에서 심한 좌절감과 소외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번 「아가동산」처럼 비정상적인 공동체 생활에서야 말로 따뜻한 가정과 부모를 느끼게 된다.

그들이 다시 치유되어 건전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려면 우리 자신이 편견과 냉담을 버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따뜻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길밖에 없다.

사교집단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때면 흔히 교주와 몇몇 착취자들에게만 관심을 쏟게 되지만 정작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람들은 바로 이 이름없는 수많은 피해자들인 것이다.<세브란스병원 정신과교수>
1996-12-1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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